12년차 주부에서 9급 공무원으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던 50대 중반의 한 현직 지방공무원이 이번에는 뒤늦게 대학 과정을 마치고 수석으로 졸업한다.

주인공은 여수시 보건소 보건사업과에 재직 중인 김은숙씨(54).늦깎이 대학생으로 한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야간 과정을 다닌 그는 오는 15일 열리는 이 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전체 수석에게 주어지는 총장상(賞)을 받는다.

한려대 교학처 관계자는 "야간 과정에서 졸업생 전체 수석이 나온 것은 개교 이래 처음"이라며 "김씨는 4년 동안 한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A플러스'를 받은 데다 재학 기간 중 수업시간에 꼼꼼히 정리한 노트를 다른 학생들과 기꺼이 공유하는 등 본보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 학교 상훈위원회의 만장일치로 수상자로 결정됐다.

김씨에게 '주경야독'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원동력'이었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어렵사리 중학교만 마친 김씨는 곧바로 병원 사무보조로 취직했으나 배움에 대한 미련을 쉽게 떨칠 수 없었다.

3년 뒤 상업고등학교 야간 과정에 진학,병원일을 계속하면서 고교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다시 1년간 독학해 간호조무사 자격증까지 따냈다.

결혼과 함께 병원일은 그만뒀지만 12년차 주부이던 그가 1989년 9급 공무원 공채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지칠 줄 모르는 '열정' 덕분이었다.

그리고 김씨는 지난 17년간 여수시보건소에서 근무해왔다.

김씨가 4년 전 다시 늦깎이 대학생이 되기로 결심한 것은 '인생 2모작'을 꿈꾸면서부터다.

그는 "보건소에서 일하다보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노인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정년 퇴임한 뒤 사회복지사인 며느리와 함께 소규모 노인복지시설을 세워 '제2의 인생'을 꾸려가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회복지사 꿈을 실현하기 위해 2003년 야간 수강이 가능한 한려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김씨는 지난 4년간 일주일에 사흘씩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된 모든 강의를 빠짐없이 출석했다.

김씨가 수업 내용을 정리한 노트만도 100여권.그는 "시험 기간이 되면 야간 과정 동료는 물론 주간 과정의 젊은 학생들까지 제 노트를 서로 빌려가겠다고 난리였다"고 귀띔했다.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1급 사회복지사 자격 시험을 준비하는 이 학교 학생들은 어김없이 김씨의 요약 노트 복사본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김씨는 "사회복지 업무는 다양한 인생 경험을 가지고 있을수록 더 잘할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중년 여성들이 얼마든지 도전해 볼만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