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동물원의 반달곰이 지리산의 반달곰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공공재),"성형외과 의사는 팔힘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세차를 하는 것은 손해다."(비교우위)

언뜻 선문답으로 보이는 이 문장들은 올해 신학기부터 일선 학교에 참고자료로 배포되는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모형'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다.

복잡한 그래프를 통해 경제 법칙을 설명하기 바빴던 과거의 경제교과서와는 달리 실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예시를 활용해 경제와 관련된 지식을 전달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1일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경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형태의 새로운 경제교과서 모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경제교과서 모형은 교육부와 전경련이 현행 경제교과서의 문제점 개선과 경제교육 내실화를 목표로 지난해 2월15일 체결한 공동협약을 근거로 제작됐다.

교육부는 이번에 개발한 경제교과서 모형을 교육과정 개정 이후 학생들이 사용할 실제 경제교과서의 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새로운 경제교과서는 암기가 아닌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교과서와 구분된다.

'교과서는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에 담긴 내용은 모두 외워야 한다'는 전통적인 '교과서관'을 탈피한 것.경제와 관련된 지식을 실생활과 연관시킨 읽기자료와 탐구활동이 다양해 교사가 이 중 일부를 선택해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은 토론과 탐구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제지식을 얻게 된다.

읽기자료와 탐구활동의 내용은 실제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사례나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현상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영화관은 왜 아침 첫회에 요금을 할인해 줄까 △남미 국가들은 미국보다 왜 가난하게 사는가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는 왜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의 운동화보다 비싼가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교과서 제작 과정에 전경련이 참여,반기업 정서를 부추겼던 기업과 관련된 부정적 설명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기존 교과서와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최성수 전경련 사회협력실 부장은 "실물경제의 흐름을 전달하면서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역점을 뒀다"며 "청소년들이 빠져들기 쉬운 분배 위주의 경제관이나 반기업적 인식을 바로잡고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도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교과서 모형은 교육부 홈페이지 교육과정·교과서 정보서비스(cutis.moe.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