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북핵 협상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8일 6자회담 진전 여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의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5차 3단계 6자회담 개막식에 앞서 회담 전망에 대해 "전적으로 김계관 대표(북한 외무성 부상)와 그의 보스(김 위원장) 사이에서 결정되는 문제"라며 "김 대표가 합의를 하라는 훈령을 받아 왔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직전 회담에서 김 대표가 "금융 제재 문제가 해결되기 전엔 6자회담 의제에 응하지 말라"는 훈령에 매달려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았음을 꼬집은 것이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양 정상이 상대국을 자유롭게 오가는 완전한 관계 정상화'의 비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지난달 베를린 양자 접촉이 성공적이었음을 강조,"이번에는 김 대표가 적극적으로 회담에 임할 것으로 믿는다"며 "매우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이 수주 내에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주변국이 대북 에너지 및 인도적 지원을 동시에 개시한다'는 각서에 양국이 서명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대해선 "어떤 것에도 서명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천영우 우리측 회담 대표는 이날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회담 대표를 따로 만났다.

북한과의 협상에 앞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이유로 대북 에너지 지원에 부정적인 일본에 대한 설득 작업이 선행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낮 12시 6개국 대표단 중 가장 늦게 베이징에 도착한 김 대표는 "초기 단계 조치에 대해 토의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적 공존으로 나오려 하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다웨이 중국측 회담 대표와 별도로 회동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