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Focus] DELL 창업자 델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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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컴퓨터 회사 델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마이클 델(41)이 최고경영자(CEO)를 다시 맡았다.
HP에 밀리고 있는 델의 회생을 위해 '마이클 델 단일 지도체제'를 만든 것이다.
델컴퓨터 이사회는 지난 31일 PC 시장 수위 자리를 놓치고 수익성 제고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케빈 롤린스 CEO를 퇴진시키고 델 회장이 CEO를 겸직토록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델 회장은 2004년 롤린스에게 CEO 자리를 물려준 뒤 2년반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하게 됐다.
델 이사회 의장인 샘 넌 전 상원의원은 "이사회는 IT업계에서 델컴퓨터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데 델 회장의 비전과 리더십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믿고 있다"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델 회장도 이날 미리 녹화한 비디오 연설을 통해 "회사를 설립했던 1984년 당시와 같은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달라진 것이라면 좀 더 자본이 늘어났다는 것 뿐"이라고 다시 CEO가 된 소감을 밝혔다.
시장의 반응은 "놀랍다"로 모아졌다.
그동안 델 회장은 롤린스 CEO의 입장을 계속 두둔해왔기 때문.작년 9월 델 회장은 "롤린스와 함께 델을 끌어가고 있다.
추측은 자유이지만 그런 일(최고경영자 교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사무실을 함께 쓰면서 '델2.0'이라는 경영혁신안을 수립하기도 했다.
몇 달 만에 델 회장이 말을 바꿔야 할 만큼 회사 사정이 다급해진 것으로 풀이할 수밖에 없다.
미국 매사추세츠에 있는 캐보트자산관리의 로버트 러츠 사장은 "델컴퓨터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며 "델 회장의 CEO 복귀로 회사에 다시 활기가 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델은 이날 지난 4분기 실적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에 미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델 회장의 CEO 겸직 소식에 델컴퓨터 주가는 오히려 4.3% 급등하기까지 했다.
유보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TCW그룹 애널리스트인 나이라프 패리크는 "그가 CEO로 돌아오는 것보다 어떤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델 회장도 이날 대형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적극 개발하겠다고 밝혀 시장의 궁금증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이는 IBM,EDS 등이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델의 경쟁력은 최근 2년 사이에 급속히 떨어져왔다.
최대 경쟁회사인 HP가 델의 원가절감 전략을 벤치마킹하면서부터다.
HP는 작년 3분기와 4분기 연속 PC시장의 수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회사인 IDC에 따르면 HP는 지난해 4분기 18.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델(17.5%)을 근소하게 앞섰다.
빌 게이츠와 비슷하게 대학 기숙사에서 단돈 1000달러로 사업을 시작한 델 회장의 경영신화가 그의 CEO 복귀를 통해 재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