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경제 챙기기 나섰다 ... 월가서 경제 국정연설
'전쟁 아닌 경제 대통령' 이미지 심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요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라크전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조차 부시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밝힌 추가파병에 딴죽을 걸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런 부시 대통령이 모처럼 웃었다.

다름아닌 뉴욕 월가와 뉴욕증권거래소에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1일(현지시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한 유서깊은 월가의 페더럴 홀에서 '경제 국정연설(State of the Economy)'을 한 뒤 증권거래소를 깜짝 방문했다.

가뜩이나 소란한 거래소 플로어는 "부시"를 연호하는 환호성과 박수가 더해져 혼란의 도가니로 변했다.

부시 대통령은 예기치 않은 환대에 "감격스럽고 감사한다"고 되뇌었다.

현직 대통령이 뉴욕증권거래소 플로어를 방문하기는 1985년 레이건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런 만큼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은 경제국정연설에서도 월가의 관심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 호평을 받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CEO(최고경영자)들의 거액 연봉에 대해선 "CEO들의 봉급과 보너스는 기업 개선과 주식 가치 향상에 대한 성공에 기초해야 한다"며 주주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한 발 더 나아가 "기업 이사회는 임원들에 대한 보상에 주의를 기울여 미국 기업들이 투명성과 좋은 기업지배 구조의 모델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월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베인스-옥슬리법에 대해서도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 법으로 인해 기업들의 비용이 늘어나고 있으며 상장을 꺼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지나친 규제는 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린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강한 경제는 유연한 자본시장을 기초로 한다"며 "법의 운용방식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무역과 재정 감세정책 소득불균형에 대해서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도하라운드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신속무역협상권(TPA)을 연장해줄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재정지출 축소 등을 통해 2012년까지 균형재정을 이루겠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경제가 지난 4분기에 강력한 성장을 이뤘다"며 "이는 세율 인하 덕"이라고 말해 감세정책에 대한 옹호론도 빼놓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이틀 전 일리노이 주에 있는 미국 굴뚝기업의 상징 캐터필라 공장을 방문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