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청렴위원회가 음성적인 불법 청탁·로비를 근절(根絶)하기 위해 로비스트를 양성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미 정치권에서 로비스트 관련 법안들이 제안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입법의지가 표명됨에 따라 관련법 제정이 그만큼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로비스트 양성화 필요성은 그동안 누차 거론돼 왔지만 실제 법제정으로는 이어지지 못해 왔다. 하지만 입법 행정 사법 등 각 영역에 걸쳐 로비가 만연해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하기는 어렵다. 각종 법조 브로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음성적인 로비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고,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됐던 사행성 게임과 관련한 바다이야기만 하더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획예산처가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분석한 사회적 자본 실태조사에서 우리 국민들의 법과 제도에 대한 신뢰성은 한마디로 위험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성은 말할 것도 없고 입법기관인 국회에 대한 신뢰성 또한 극히 낮았다. 국제기관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각종 부패인식지수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보다 근원적인 처방이 마련되지 않고선 부정부패가 근절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로비스트를 양성화하면 오히려 로비가 더욱 만연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그런 우려가 전혀 근거없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불법과 합법을 가리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보니 음성적 로비가 오히려 기승을 부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특정기업 또는 기관들이 의원이나 보좌진들과 연간 10회 이상 접촉을 하는 경우가 74%라고 한다. 어디 국회만 그렇겠는가.

더구나 그런 우려가 맞다면 로비스트가 양성화된 미국은 우리보다 더 부패 정도가 심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차라리 로비스트를 양성화시켜 제도권 내로 흡수하는 게 부정부패를 줄이는 정도(正道)라는 논리는 여기서 나온다.

물론 법안의 실행방안과 관련해선 적지 않은 과제들이 있다. 과연 어느 정도 선에서 로비를 허용해야 하는지,로비스트의 등록과 규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쉽게 결정할 문제들이 아니다. 너무 규제 위주로 흐르면 되레 역기능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수용할 만한 합리적인 선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