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거쳐 아프리카를 순방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최고의 외교관으로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레바논 재건 지원 국제회의에 참석한뒤 유엔 항공기 편으로 26일 파리를 출발, 27일 새벽 콩고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에 도착했다.

킨샤사 도착 시간이 오전 1시20분이어서 이미 밤이 깊었지만 공항에는 민주콩고 내무.외무.국방 장관 등 3명의 장관을 비롯한 정부 대표와 유엔 기구 관계자 등 100여명의 고위 인사들이 영접을 나와 반 총장을 반겼다.

반 총장을 태운 차량이 공항에서 킨샤사 시내로 향하는 길에는 장갑차가 호위하는 가운데 불빛을 밝힌 차량 행렬이 1㎞를 넘을 정도로 이어져 유엔 최대의 평화유지군이 있는 민주콩고에서 유엔 사무총장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특히 민주콩고 정부측은 반 총장의 의전 차량으로 한국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승용차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이 차량은 우리 정부가 지난해 민주콩고 정부에 의전용으로 제공한 차량으로, 민주콩고 정부가 아프리카 순방 첫 국가로 자신들을 택한 반 총장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오전 일정도 앙투안 기젱가 총리를 면담하고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 등 국가 원수급 대우를 받았고 저녁에는 정부의 공식 만찬에 초청돼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보다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은 바쁜 일정 가운데 오후에는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킨샤사 아동병원을 방문, 후천성면역결필증(AIDS)과 결핵 등으로 투병하는 어린이들을 위문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킨샤사 도착 전에 경유한 이집트 카이로와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서도 양국 정부 고위 인사들의 영접을 받았다.

반 총장이 파리에서 아프리카로 향하는 길에 이용한 비행기가 유엔 소속의 MD-83 기종이어서 파리-킨샤사를 직항하지 못하고 중간 급유를 위해 이들 2곳에 각각 40여분간 경유했을 뿐인데도 이집트에서는 외무 차관보가, 우간다에서는 외무 차관이 공항에 나와 반 총장을 맞이했다.

사무총장 전용기가 없는 유엔에서 반 총장이 이번 아프리카 출장에 이용한 유엔 비행기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평화유지군이나 유엔 관계자들을 수송하는 항공기로, 반 총장은 자신을 수행하는 20여명의 유엔 사무국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민간 항공기의 비즈니스석 정도의 좌석을 쓰고 있다.

한편 반 총장의 이번 출장에는 AFP, BBC, 폭스뉴스, 르몽드, 아사히신문 등 외국의 유명 통신.방송.신문에서도 기자들이 동행 취재에 나서 반 총장에게 쏟아지는 국제 언론의 관심도를 보여주고 있다.

(킨샤사<민주콩고>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