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한·중·일 경제협력기구 만들때"
'권력 방정식 변화(Shifting Power Equation)의 진원지는 아시아 개발도상국.'

개막 이틀째를 맞은 지난 25일 다보스 포럼은 세계 권력 방정식의 변화를 몰고 온 주체인 아시아 개도국과 그 경제적 영향력에 대한 탐구에 집중됐다.

○새로운 힘의 중심지,한·중·일


세션 참가자들은 동북아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지역으로 급성장했지만 역내 정치적 갈등 때문에 글로벌 영향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위기그룹의 가레스 에반스 사장은 구체적 해결책으로 "한·중·일 3국이 좀더 공식적인 형태의 역내 경제협력 기구를 만드는 것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주문했다.

미국 모니터그룹의 회장인 마크 풀러는 "북한을 포함해 역내 여러 나라와 가장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이 새로운 힘의 중심지로 발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데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동아시아 각국뿐 아니라 서구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쳉 시웨이 중국 전인대 부의장은 "중국은 지금 초강대국이 아니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며 "중국은 모든 나라와 친선관계를 맺고 중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세계가 중국에 보내는 의심의 눈초리다.

경제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와의 통합을 더욱 깊숙이 할 수 있겠지만 다른 분야에선 과연 그럴까 하는 시각이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페이 민신 중국 프로그램 수석 국장은 "중국이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에 무조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을 두고 미국 유럽에서 많은 비판이 나왔다"며 정치 영역에서도 중국이 세계 질서와 조화를 이루려 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개도국 기업의 외국 진출


개도국에서 출발한 다국적 기업이 세계 시장을 호령하려면 선진국 기업을 인수하는 데 장애가 없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 포럼 참가자들은 의견을 같이 했다.

라말링가 라주 인도 새티암 컴퓨터 회장은 "선진국 기업을 인수하려면 상대방 국가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어떤 상황에서도 압도당하지 않을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새티암은 이를 위해 20개국 출신의 전문가 300명을 고용해 글로벌화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요르단 히크마제약의 마젠 다르와제 회장도 "회사 확장 초기에 국적·문화적 환경이 다른 다양한 직원들로 팀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을 채용하는데 상대방 나라의 대학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언스트&영 회장인 제임스 털리는 "신흥국가 경영자들이 급성장하는 내수시장만 보고 글로벌 확장은 당장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져선 안된다"고 당부했다.

경쟁업체가 과감하게 글로벌화를 시도할 경우 뒤처질 위험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한편 '인구의 지정학'이란 세션에서는 2050년까지 세계 인구 90억명 가운데 78억명이 개도국에 살게 될 전망이어서 이런 변화가 권력 방정식을 어떻게 바꿀지 토론이 이어졌다.

옥스퍼드대 21세기연구학장인 이안 골딘은 "개도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갖추고 역할해야 한다"며 "G8에서 G20으로 가는 것과 같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