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약세 더이상은 안된다" … 인플레 유발 등 갈수록 부작용


'엔화가치 약세를 더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주요국의 압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나.'

하락세를 지속하던 일본 엔화가 이틀 연속 올라 이 같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인 0.5% 반등,달러당 120.40엔 안팎에 거래돼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엔화는 이날 유로에 대해서도 유로당 156.20엔 안팎에 거래돼 전일에 비해 0.6%가량 올랐다.

○강해지는 엔화약세 시정압력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위원인 수다 미야코는 이날 "정책 당국이 각종 경제 지표를 검토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끌고 있다"며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한꺼번에 급격히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으로 다음 달 20,21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되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지나친 엔화 약세를 시정하기 위한 각국의 압력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도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앙겔라 메르켈의 독일 총리의 경제 고문인 베른트 파펜바흐는 이날 다보스 포럼에서 "엔화 약세가 우리에게 걱정거리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음 달 9~10일 열리는 G7(서방선진 7개국) 회담에서 이 문제가 본격 거론될 것"이라고 발언,엔화가 강세로 반전되는데 일조했다.

○엔화약세의 부작용

엔화 가치는 국가 간 교역규모와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한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볼 때 1985년의 플라자 합의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화의 극단적 저평가로 유럽에는 엔캐리 자금(이자가 낮은 엔화자금을 빌려 외국의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일본 국민들의 투자자금이 과다하게 유입돼 인플레와 자산거품을 유발시키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자금 이탈에 따른 역(逆)자산 효과로 엔화 약세에도 불구,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시각도 눈에 띈다.

최근 일본의 연평균 성장률은 2% 내외로 과거 회복기의 3.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엔화 약세를 시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본은행이 연 0.25%인 정책금리를 올리면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화 가치가 의외로 빨리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금리 인상 조치를 앞두고 엔화 가치가 불과 한달 만에 달러당 119엔대에서 109엔대로 급등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대 교수는 "이르면 2월 회의 때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해 앞으로 2∼3년 안에 2% 내외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경 국제금융연수원장은 "일본 금리가 오르면 121엔 내외에서 움직이는 엔·달러 환율은 115엔 밑으로,770원대로 하락한 원·엔 환율도 800원 이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