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들을/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내 이름은 내 이름은 내 이름은 캔디/…웃어라 캔디야,울면 바보다….' 만화영화 '들장미 소녀 캔디'의 주제가다. 사는 게 힘들어서인가. 부쩍 되뇌는 이들이 많다.

'들장미소녀 캔디'는 고아소녀 캔디의 인간 승리를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미국 미시간호 근처 산간마을 '포니의 집'에 살던 캔디가 성장하는 동안 주위의 괴롭힘과 실연의 아픔 등 온갖 역경을 견디고 간호사가 돼 고향마을로 되돌아온 다음 꿈에도 그리던 첫사랑의 연인을 만난다는 줄거리다.

'신데렐라'와 얼추 비슷하지만 호박마차와 유리구두 덕에 왕자님을 만나 하루아침에 화려한 왕자비가 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부대끼고 혼나면서도 밝고 당당하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배경은 미국과 영국이지만 원작은 일본의 미즈키 쿄고(스토리)와 이가라시 유미코(그림)의 만화 '캔디 캔디'다.

국내엔 1977년 10월부터 2년반 동안 MBC TV를 통해 매주 월요일 저녁 방송되면서 유치원생과 초등생은 물론 만화영화와는 거리가 멀던 중고생과 20대,심지어 아줌마까지 팬으로 끌어들였다. 선풍적 인기에 힘입어 83년 일요일 아침 '들장미소녀 캔디'로 재방송되면서 주제가도 대유행했다.

다들 시련을 이기고 밝은 태양 아래 우뚝 서는 역할모델이 그리운 것인가. 주인공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내용의 옛작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TU미디어가 '모래요정 바람돌이''들장미소녀 캔디' 등 추억의 애니매이션을 채널 채널블루에서 방송한다고 한다.

현실 속엔 호박마차도 유리구두를 찾아 헤매는 왕자도 없다. 삶은 고통조차 축복으로 바꿔 직접 만들어가는 것일 뿐. 롱펠로는 '인생찬가'에서 삶은 환상이 아니라 진지한 것이라며 이렇게 외친다. '그러니 이제 우리 일어나 무엇이든 하자. 그 어떤 운명과도 맞설 용기를 가지고 언제나 성취하고 언제나 추구하며 일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자.'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