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3일 올해 8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3만3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보다 2조원가량 늘려 일자리 2만3000여개를 더 만들어내겠다는 게 골자다.

서울시 관계자는"서울시와 25개 자치구,산하기관 간 전체 통합재정 운영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투자규모나 일자리 수를 감안하면 매우 기대가 되는 정책이다. 심각한 취업난 속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번 대책이 단순히 숫자 늘리기에만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3만3000여개라는 숫자 계산에서부터 '허수'를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포터즈(비정규직) 1100명에게 60일간 일자리를 제공할 경우 연인원이 6만6000명이 되고,이를 300일로 나눌 경우 220명의 정규인력 고용효과가 난다는 것. 그러나 이는 결국'일자리 13만개'에 임시직 아르바이트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자리를 정규직과 임시직으로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뿐 숫자를 부풀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자리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정규직 수치 정도는 따로 계산해 내놓아야 했다.

8조4000억원에 달하는 '통합재정 운영'도 말은 그럴듯 해보이지만 시와 자치구 산하기관의 이미 확정된 예산액을 한데 모아놓은 것에 다름아니다. 시 관계자는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자치구와 산하기관의 행정 및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초부터 줄곧 '창의력 시정'을 강조해 왔다. 시민 아이디어를 모으는'천만상상오아시스'를 오픈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통해 고용을 늘린다는 이번 대책이 얼마나 창의적인 사고에서 나온 것인지는 돌이켜 볼 일이다. 제조업체 유치와 같은 고용창출 수단이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종합대책을 강구한 것 자체는 평가할 만하지만 자칫 일자리 숫자를 부풀려 시민의 기대감만 높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이호기 사회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