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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대 랜드마크] 파격을 짓다…영감을 자극하고 욕망 깨우는 건축
괴테아눔 vs 젠틀몬스터 사옥
이재훈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
이재훈 단국대 건축학부 교수
직선 버린 설계…영감의 결과물
그는 1925년 괴테의 세계관을 연구하는 본부 건물인 괴테아눔을 지으면서 기존 목조건물이 화재로 소실됐지만, 그 슬픔이 새로 짓는 건물에 영적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허위적 목적에 오염되지 않은 지성의 결과물로서 디자인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두터운 지붕과 벽체는 내부에 무언가 귀중한 것을 담고 있을 듯한 느낌을 주고, 모양이 다른 창문들은 사람의 보는 눈이 다 다름을 암시하며, 투박한 노출 콘크리트는 원래 그렇게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점잖은 괴물’ 닮은 포스트모던식 건물
인간지성의 과정을 통해 기이한 형태를 만들어 내고, 또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거꾸로 영감을 준 괴테아눔과는 달리 건축행위 사이클의 뒷부분인 결과물의 특이한 형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며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건물로 등장한 곳이 있다. 건축가 김찬중이 설계한 성수동의 젠틀몬스터 사옥건물이다.
굳이 형태를 해석하자면, 툭 튀어나온 전망대는 불을 뿜어내는 용가리의 머리요, 가시 돋친 긴 목의 부분과 미쉐린 타이어의 퉁퉁한 몸매 같은 밑부분은 젠틀몬스터라는 의미의 ‘점잖은 괴물’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에게 시각적인 주목을 받고자 쉽게 연상할 수 있는 형태를 건물에 응용하던 포스트모던 건축 시대의 건물을 떠올리게 한다.
소비 욕구 겨냥한 건축 실험
괴테아눔이 인간 지성의 끝부분에 자리한 영혼의 울림을 통해 결과적으로 기이한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젠틀몬스터 사옥은 노웨어 하우스라는 이름처럼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기이한 형태를 통해 거꾸로 감성을 움직이는 영혼의 울림을 만들어 내려고 한 것 같다. 그 울림이 물건을 구매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기에 젠틀몬스터는 그러한 독특한 건물로 만들어진 것이다.그러나 건물은 완공되고 나면 하나의 확정된 형태를 갖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처음에 가진 의외의 감동은 친숙함으로 바뀌고 희석될 수밖에 없다. 팝업! 팝업! 새로움에 목마른 이 시대 소비자 욕구에 맞추려면, 건축 공간은 끊임없이 변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부 공간과 전시물은 손쉽게 바꾸면서 소비자와 시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건물은 구조 변화가 쉽지 않다. 보통 사각형 건물들이 오랜 시간 싫증 나지 않도록 점잖은 외관으로 디자인하는 이유다.
독특한 외관을 가진 젠틀몬스터 사옥은 앞으로 확정된 건물 형태를 때때로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개발하고 변신을 꾀하는 시간 대응 전략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그래야 노웨어 하우스가 똑같은 모습을 갖는 에브리타임 하우스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