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조합원 분담금이 급증하고 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오른 데다 커뮤니티 시설과 고급 내장재 등을 앞세운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다. 정부가 ‘닥공’(닥치고 공급)을 강조하지만 추가 분담금 부담이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의 변수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전용면적 84㎡를 선택한 조합원은 추가 분담금으로 4억3000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9월 사전 조사 당시 1억8000만원에서 1년 만에 2억5000만원 늘었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에서도 같은 면적의 새 아파트를 받으려면 수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압구정3구역은 전용 84㎡ 보유자가 같은 면적의 신축 아파트를 받기 위해 5억4100만원을, 여의도 수정아파트는 7억원을 내야 한다.
분담금이 급증한 주요 원인은 공사비 상승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른 데다 안전관리 기준 강화와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영향으로 공사 기간이 길어졌다. 커뮤니티 시설과 고급 내장재, 특화설계를 앞세운 고급화 경쟁도 공사비 인상의 한 요인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재건축이 곧 수익으로 이어지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무조건 큰 면적을 선택해야 돈을 번다고 했는데, 요즘은 소형을 원하는 사람이 늘었어요. 대출은 안 되는데 분담금이 늘고 세금도 오르니 부담이 크네요.”(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 조합원)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의 예상 분담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공사비와 인건비 상승에 내장재 고급화, 특화설계 경쟁이 겹친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재건축으로 돈 버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합원 부담이 수억원씩 늘면서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마아파트 1년 새 2억5000만원↑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보유자가 같은 주택형을 선택할 때 내야 하는 예상 분담금이 지난해 9월 1억8000만원에서 지난달 4억3000만원으로 1년 만에 2억5000만원 늘었다. 전용 84㎡ 보유자가 전용 143㎡를 선택하면 분담금은 90억원을 웃돈다. 지난해 예상액인 34억원보다 세 배 가까이 많다. 은마재건축조합은 “공사비 인상과 매매가·분양가 간 격차 등 외부 요인으로 분담금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다른 주요 재건축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강남구 압구정3구역은 전용 84㎡ 보유자가 같은 면적의 신축 아파트를 받으려면 5억4100만원을 내야 한다. 전용 245㎡ 보유자가 비슷한 규모를 받으려면 약 29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압구정4구역에서도 전용 84㎡ 조합원이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받으려면 약 7억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압구정2구역은 전용 108㎡에서 84㎡로 면적을 줄여도 약 2억원의 분담금이 예상된다.
강남구 신반포2차에서는 전용 68㎡ 보유자가 전용 65㎡를 선택할 때 분담금이 4억8000만원에 달한다. 개포주공6단지도 전용 83㎡에서 84㎡로 옮기려면 최대 1억6494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영등포구 여의도에서도 분담금 상승세가 뚜렷하다. 목화아파트는 2024년 전용 67㎡ 보유자가 전용 84㎡를 선택할 때 분담금이 약 5억원으로 추산됐는데, 올해 재산정 결과 8억원으로 늘었다. 수정아파트는 전용 84㎡ 보유자가 같은 면적의 새 아파트를 받으려면 7억원을 내야 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현재 예상액을 따져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라며 “착공 전까지 분담금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비 상승에 고급화 경쟁까지
분담금이 급증한 주요 원인은 공사비 상승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올해 들어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 8월 138.74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5.98% 상승했다. 조경과 커뮤니티시설, 내장재 등에 대한 투자도 공사비를 끌어올렸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똘똘한 한 채가 중요해지면서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관리비용 증가와 시공사 수의계약도 분담금을 높이는 요인이다. 근로시간 단축과 안전관리 기준 강화로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금융비용 등 사업비가 늘고 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주 52시간제와 안전기준 강화 등으로 공사 기간이 길어지며 금융비용이 불어나고 있다”며 “과거 3년이면 끝나던 공사가 4년으로 늘어나 그만큼 공사비 상승 요인이 생겼다”고 말했다.
용적률이 300%에 가까운 기존 중층 이상 단지는 재건축으로 추가 확보할 수 있는 가구 수가 제한돼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기 어렵다. 사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증가해 최종 부담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닥공’(닥치고 공급)을 주문하는 만큼 용적률 인센티브 등으로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