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스1
직장에서 매달 국민연금 보험료를 월급에서 공제했는데도 회사가 이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가입기간에서 손해를 보는 근로자가 150만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사의 미납 기간까지 인정하면 노령연금 수급에 필요한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는 사람이 13만명에 달했다.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회사의 보험료 미납으로 가입기간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이력이 있는 가입자는 150만3427명이었다. 이들에게 남아 있는 미납 기간은 1인당 평균 약 7개월이었다.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어야 노후에 매달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장이 보험료를 체납하면 근로자가 실제 근무한 기간이라도 가입기간으로 전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인정된 가입기간은 120개월에 못 미치지만 회사 미납 기간을 더하면 10년을 채우는 가입자는 13만461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도 2만982명이었다.

특히 가입기간이 119개월로 잡혀 있는 사람은 5만6883명에 달했다. 회사가 미납한 보험료가 정상적으로 납부돼 단 한 달만 추가로 인정되면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기간을 채우는 가입자들이다.

이미 노령연금 대신 그동안 낸 보험료를 한꺼번에 돌려받는 '반환일시금'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반환일시금을 받은 사람 가운데 회사 미납 기간까지 더했다면 가입기간 10년을 채울 수 있었던 사람은 모두 2823명으로 파악됐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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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보험료 납부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는데도 체납에 따른 가입기간 손실을 근로자가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고 회사가 근로자 몫을 급여에서 공제해 함께 납부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이를 체납하면 근로자가 자신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를 직접 내더라도 해당 체납 기간 전체가 아닌 일부만 가입기간으로 인정될 수 있다. 체납 기간을 모두 인정받으려면 경우에 따라 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까지 근로자가 대신 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도 사업장 체납으로 근로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소 의원실에 "사업주의 체납으로 급여에서 기여금을 공제했음에도 불이익을 받게 된 근로자의 구제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보험료가 납부되지 않은 기간을 우선 가입기간으로 인정하는 방안에는 국민연금 재정 부담과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검토되는 대책에는 고액·상습 체납사업주의 인적사항 공개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소 의원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할 법적 의무는 사업주에게 있는데, 사업주가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 잘못 없는 근로자가 노후 연금까지 잃을 위험을 떠안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이어 "월급에서 보험료를 공제한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근로자에게 다시 돈을 내라고 하는 구조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근로자의 가입기간을 우선 인정하고 체납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포함해 실효성 있는 구제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