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례적으로 노동계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재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던 박용성 전임 회장과 달리 대체로 정제된 표현을 써온 손 회장이 "생산현장이 노조의 놀이터가 되면 안 된다"는 등 강한 어조로 노조를 비난하고 나선 것.

손 회장은 23일 충남 아산시 온양관광호텔에서 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열린 '경제와 문화체험' 행사에서 '한국 경제와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고 국내 기업도 국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파업과 집단 이기주의적인 노동운동이 계속되면 우리 경제도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어 "앞으로 무분별한 노동쟁의에 대해서는 생업의 위협을 받는 시민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시민들의 의사를 존중해 노동관련법을 엄격히 적용해 줄 것"을 촉구했다.

손 회장의 이날 언급은 연초부터 불법 파업을 벌인 현대자동차 노조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측이 또다시 노조의 요구에 떠밀려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올해 노사관계가 시작부터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손 회장은 "지금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반대로 가고 있다"며 "노동 운동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고 올해를 노사문화 개혁의 대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대기업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도는 31%로 선진국 그룹과 비교해도 낮은 편인데 대기업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며 "세계 경제가 소수의 일류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우리도 잘 살려면 더 많은 대기업이 일류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