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공기업 `도덕적 해이' 시정 지시

정부가 방만한 운영과 비리로 비판을 받아온 공기업 실태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21일 밝혀졌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말 한국전력,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 공기업과 정부 산하 출연연구기관 등 공공기관 약 25곳을 대상으로 예산집행실태에 대한 대대적 점검에 착수, 현재 마무리 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기업 합동점검은 총리 비서실 산하 민정수석실과 일명 `암행감찰반'으로 유명한 국무조정실 산하 조사심의관실 그리고 산하기관이 속한 7∼8개 주무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했고, 한전 등 대표적 공기업과 작년 국감에서 문제가 지적된 산하기관들이 주요 대상이다.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공기업에 대해 `특별감사'를 방불케하는 대규모 기획성 점검을 실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참여정부 임기말을 맞아 공직기강 확립의 연장선에서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사례에 메스를 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번 공기업 조사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허위로 출장여비를 타낸 뒤 접대비 등으로 유용한 사례가 내부 고발됐음에도 불구, 가벼운 징계에 그쳤던 건설산업연구원 사례 등 일부 공기업의 비리와 운영상의 문제가 잇따라 제기됨에 따라 한명숙(韓明淑) 총리가 강도높은 조사와 비리 관련자에 대한 형사고발 등 엄정대처를 특별지시한데 따른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 합동점검반은 이 조사에서 출장비 및 법인카드 유용, 규정을 무시한 사내복지기금 출연, 퇴직금 부당 집행, 부적절한 사업집행 사례 등 `모럴 해저드'를 다수 적발했으며, 일부 공기업의 경우 노조와의 이면합의를 통한 수당 과다 지급 사례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2월중 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해당 공기업과 감독관리 부처에 결과를 통보하고, 관련자 문책이나 형사고발, 시정요구를 지시하는 한편 도덕적 해이를 근원적으로 예방할 제도개선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한 총리는 또 오는 26일 한전과 주공, 토공, 석유공사, 철도공사, 도로공사, 관광공사, 석탄공사, 무역투자진흥공사, 조폐공사, 수자원공사 등 14개 공기업 사장단을 소집,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오찬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점검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시정토록 하고 사장단이 경영혁신에 앞장서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러나 분양가 거품 등으로 `땅장사' 의혹이 제기돼온 주공이나 토공 등 일부 공기업에 대해서는 수익성 위주의 기존 경영실적 평가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정부산하기관 평가를 맡고 있는 기획예산처를 중심으로 개선안 마련에 착수했다.

한 총리는 지난 연말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기업들이 이윤을 얼마나 남기느냐를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데 토공과 주공은 그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