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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석궁테러 막을 방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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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결에 불만을 품은 전직 대학교수의 석궁테러로 법조계가 발칵 뒤집혔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가장 목에 힘주고 다니던 판사들이 받은 충격은 매우 큰 것 같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내가 감옥에 보낸 조폭들이 얼마나 많은데…. 요즘은 귀가길이 무척 조심스럽다"며 황당해했다. 요즘 판사들 사이에선 '피고인이 법정에서 차고 있던 수갑이나 흉기를 던질 경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판사다운 행동이냐'를 놓고 갑론을박한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있다.

    검사들도 '보복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조폭들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강력부 출신 한 검찰 간부도 테러 위협에 몸을 떨었다고 한다. 강도짓을 하면서 피해신고를 못하도록 부녀자 강간을 철칙으로 삼아온 악질 강도단을 수사할 당시의 얘기다. 한창 이들의 뒤를 밟고 있는데 집으로 두목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네 아이가 어느 유치원에 다니는지 알고 있어."

    이 간부는 비록 수사가 끝날 때까지 경찰에 가족들의 신변 보호를 요청하긴 했지만 특수수사만 10여년 담당한 베테랑이었음에도 며칠간 잠을 못잘 정도로 불안에 떨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판·검사의 경우 법정을 나서는 순간 보복테러에 무방비 상태로 놓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석궁테러와 관련,대법원이 19일 '비상 전국법원장회의'를 열었지만 신변안전을 위한 뾰족한 방안은 찾지 못한 것 같다.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법조인 개개인이 쥐고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한 간부는 골프 칠 때 자기 몫은 자기가 계산한다고 한다. 기업체를 운영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공짜 골프를 칠 기회도 적지 않지만 주위의 눈이 두렵기 때문이다. "판사들은 으레 스폰서를 끼고 골프친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판사의 사생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쌓이면 결국 판사가 내리는 판결까지 불신하게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후배 판사들에게도 "판사는 사적 생활과 공적 생활간 구분을 없애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론 판·검사들에게 성직자와 같은 도덕성을 요구할 수도 없고 요구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석궁테러를 가한 전직 대학교수에게 보내는 동정여론이 의미하는 바를 법조계가 마냥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김병일 사회부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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