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서 대우건설 근로자들이 납치됐다 풀려난 데 이어 이번에는 보트를 타고 가던 현대중공업 직원이 17일 총상을 입었다.

오는 4월 나이지리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무장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결과다.

나이지리아뿐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에 유가 상승에 따른 건설 특수를 노리고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 대 테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테러 위협에 노출된 건설 인력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07년 1월 현재 4863명의 건설 인력이 57개 국가에서 시공 중이다.

이 가운데 외교부가 테러 위험이 높아 여행을 금지하고 있는 이라크에도 자이툰부대와 함께 삼미건설 등 4개사 소속 18명이 진출해 있다.

여행을 제한하거나 주의를 요구하는 나이지리아 태국 파키스탄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에도 883명이 나가있다.

특히 나이지리아에 진출한 우리 근로자들은 567명 중 거의 전원이 외교부가 여행 경보 중 3단계 제한지역으로 구분한 니제르델타 유전지대에 집중 배치돼있다.

유전 개발 이익을 보고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간 것이다.

현대중공업 직원이 총상을 입은 나이지리아 보니아일랜드의 석유수출설비공사 현장에는 현대중공업 소속 100명을 포함해 180명의 한국인이 있다.

섬과 육지를 오가는 보트는 통상 현지 해군의 호위를 받지만 사건 당일에는 경찰 두 명만 보트에 타고 있다 봉변을 당했다.

승선했던 10명 중 피해자인 문찬우 과장은 다행히 대퇴부에 총알이 스치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으나 두 명은 사망했다.


○해외 진출 기업 안전 강화 대책

건설교통부는 기업들에 대한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매년 중동과 아시아지역에서 대사관,해외건설협회,현지 경찰서,경비업체와 연대해 대 테러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1월 필리핀에서 한진중공업 바콜로드 신공항 건설현장에 무장괴한이 침입한다는 시나리오로 훈련을 실시했다.

건교부는 이와 별도로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에 안전교육을 위한 특별 과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교부도 이날 건교부,국가정보원,청와대 안보정책실 및 대우건설 등 건설업체 관계자들과 함께 안전 강화를 위한 대책 회의를 가졌다.

다른 나라들과 연대해 테러 위험 정보를 공유하고 안전 대책을 점검해 보다 강화된 수칙을 만드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하지만 기업들의 안전은 사실상 기업 자신들의 부담이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의 대책을 묻자 "현지 대사관과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업 스스로 안전조치를 강구하는 게 1차적인 안전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팀장은 "주기적으로 해외 건설 현장의 인력 현황을 파악하고 있고 긴급 상황 발생에 대비해 본사 및 현장 협회 간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권·정지영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