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건설·플랜트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말라리아 등 풍토병이나 열대 폭염보다 현지 '커뮤니티(부락)'와 반군의 위협에 더 시달리고 있다.

이곳의 커뮤니티는 부족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마을 단위의 생활공동체로 나이지리아 중앙정부조차 건드리지 못해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이나 마찬가지다.

커뮤니티 대부분은 오랜 내전을 거치면서 기관총 등 고성능 화기로 중무장하고 있다.

대우건설 현대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의 현지법인이 몰려 있는 나이지리아 서남부 항구 도시인 포트하커트와 이곳에서 배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섬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기지인 보니아일랜드만 해도 50개가 넘는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국내 업체 현지 관계자들은 전체 공사기간 동안 발생하는 문제의 50% 이상이 이들 커뮤니티와의 마찰 때문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는 커뮤니티들이 자체 간이 검문소까지 세워놓고 통행료를 강제 징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 직원들은 이동할 때 차량마다 각 커뮤니티로부터 돈을 주고 구입한 통행증을 덕지덕지 붙이고,반드시 총기로 무장한 사설 경비원을 태우고 다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커뮤니티는 공사 현장의 직원 일부를 자신들의 부족원으로 채울 것을 요구하고,거부할 경우 납치 또는 공사현장에 대한 총격도 서슴지 않는다.

2002년 보상에 불만을 품은 보니아일랜드 원주민들이 대우건설 현장 직원들의 숙소와 공사 현장을 잇는 3km 남짓한 도로를 점령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공기를 맞추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헬기를 타고 출·퇴근했던 일화도 있다.

이번에 현대중공업 직원이 습격을 당한 30인승 스피드보트는 포트하커트와 공사현장인 보니아일랜드를 잇는 유일한 교통 수단이다.

대서양과 니제르강이 만나는 삼각주를 가로지르는 이 스피드보트에는 중무장한 사설 경비원이 탑승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