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6일 국내 언론의 기사 생산과정이 이른바 기자실의 `기사 담합' 구조속에서 획일화되어 있다고 비판하면서 외국의 기자실 운영 실태를 파악해 보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몇몇 기자들이 딱 죽치고 앉아서 기사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만들어 나가는, 있는 것을 보도하는 게 아니라 보도자료들을 가공하고 만들어나가고 담합하는 구조가 일반화되어 있는지 각국의 대통령실과 각 부처의 기자실 운영상태를 조사해서 보고해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홍보처가 이 조사를 주도해서 체계적으로 해 주시고, 외교부가 도와서 좀 해주면 좋겠다.

남은 1년 동안이라도 필요한 개혁은 할 것은 다 하도록 그렇게 방향을 잡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이 브리핑룸에서 보도자료를 갖고 충분히 브리핑을 할 때는 많은 내용이 있는데, 그것을 하나로 어느 방향으로 보도할 것이냐를 딱 압축시키는 작용을 하는 곳이 어디냐 하면 바로 기자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尹勝容) 홍보수석은 "대통령 말씀은 외국사례를 파악해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언급은 국내 부처 기자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외국의 기자실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지 어떤지를 파악해보라는 의미"라며 "외국 기자실의 담합 사례를 조사하라는 뜻이 아니라 단지 그 운영 실태를 파악해보라는 것으로, 국내 부처 기자실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 증진계획'의 다양한 내용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출산비용 지원' '대선용 정책' 등으로 축소돼 보도됐다는 비판적 인식을 언급하면서 나왔다.

노 대통령은 "내가 복지부장관으로부터 국민 건강이 경쟁력이고, 의료비를 절감하는 국가예산 절감 정책이라는 기조로 '국민건강 증진계획'을 보고 받았는데, 어제 TV로 나올 때는 단지 출산비용 지원, 대선용 의심 이런 수준으로 평가되고 말았다"며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기자실이란 것이 기사를 획일화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전제, "어떤 사람은 '국민건강증진'으로 보도하고 어떤 사람은 `출산비'로, 어떤 사람은 '생애전주기별로 국가에 의한 건강관리 계획'으로 충분히 보도할 수 있는데 획일적으로 출산비 부담으로만 나온다"며 "바로 이것이 어디서 만들어졌느냐 하면 기자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정부 정책이 바로 전달이 안돼 무지 안타까운 상황"이라면서 "국민은 직접 정부를 볼 수 없고 반드시 거울을 통해 볼 수 있는데, 그 거울이 지금 색깔이 칠해져 있고 일그러져 있다"며 언론을 '거울'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치 영역에 있어 87년 체제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로 가야하는 시기이며, 참여정부가 87년 체제를 마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소위 특권과 유착, 반칙, 뒷거래의 구조를 청산하는 것인데 여기에 가장 완강히 저항하는 집단이 바로 언론집단"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개 87년 체제를 마무리하고 다음 정권으로 넘겨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언론분야 하나만은 제대로 정리 안될 것 같다"며 "역사적 맥락에서 겪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 불행한 상황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