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에 많은 억측(Speculation)이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직 제 차원까지 보고가 오질 않아서…. 알아보고 나중에 말씀드리지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이 열린 15일 서울 신라호텔 브리핑실. "미국이 한의사 자격 개방을 강력히 요구했다던데…"라는 질문이 나오자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이렇게 가볍게 웃어넘겼다.

같은 시각 신라호텔 인근 장충교회 앞. 한의대생들이 '한·미 FTA'에 사약을 내리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었다. 수백여명의 한·미 FTA 반대 시위대 중 한의대생들이 가장 많았다.

한의대생들은 최근 수업까지 거부한 채 길거리에서 FTA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5차 협상 뒤 보건복지부의 담당 공무원이 한의사협회에 "미국이 굉장히 관심있어 하더라"고 알려줬다는 게 한의사들의 말이다.

그러나 커틀러 대표의 말처럼 미국은 별다른 관심이 없다. 한국이 의사 간호사 등 여러 전문직종의 상호인정을 추진하자 미국도 '우리 침구사 업계가 한국에 관심이 있을 수 있다'는 간단한 언급만 했을 뿐이다.

더욱이 FTA 협상에선 전문직 상호인정 메커니즘만 만들 뿐 구체적인 자격의 상호인정은 논의하지 않는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은 의사 한의사 자격증을 민간단체가 발급하고 있어 양국이 개방에 합의한다 해도 양국 민간단체 대표가 자격 인정 수준 및 범위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상호인정이 되려면 우리 한의사협회와 합의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무턱댄 반대'가 한국 협상단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협상단 관계자는 "전문직 상호인정 메커니즘은 우리가 주장해온 것으로 미국이 '한의사 반대'를 이유로 자기들이 들어주기 싫은 전문직종을 상호인정 대상에서 빼거나,다른 것을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로 쓸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사나 간호사들은 미국에서 일하길 원하는데 한의사들은 국내 시장만 지켜낸다면 만족하는 것 같다"며 "FTA를 떠나 젊고 똑똑한 한의대생들이 보다 진취적이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