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지난 주 일본 방위청의 방위성 승격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후 평화주의자들이 터부시하던 장애물을 하나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지난 수십년간 일본 자위대 병력은 '숨어사는(live under a rock) 사람'으로 인식됐다. 평소 민간인 복장을 하고 일을 하고 기지에서만 군복으로 갈아입는다. 자위대 탱크는 전쟁 냄새가 안나게 '특수 차량'으로 불린다. 해외에 파견,배치되지도 않고 발포할 일도 없다고 생각됐다.

이 모든 게 바뀌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일본 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주변국보다 5~10배 빠른 비율로 국방비를 늘리고 있으며 분쟁 수역에 잠수함을 보내 일본의 대응시간을 시험하고 있다.

마침 일본 자위대도 테러와의 전쟁,전후 복구를 명분으로 이라크와 인도양에서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전투기 조종사,해군 등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 군대도 대중의 관심을 얻게 됐다.

물론 일본의 이웃 나라들은 일본이 1930년대처럼 재무장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방위성 신임 장관은 내각 각료의 신분으로 외교,재무,통상 장관들과 함께 자리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권한을 갖는 것이라기 보다는 지위가 승격된다는 의미 뿐이다. 일본의 국방 예산은 지난 수십년간 그랬던 것처럼 국내총생산(GDP)의 1% 이하에 머무를 전망이다. 또 아베 총리가 일본 헌법 9조의 평화 조항을 삭제하려는 계획이 실행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봐서도 안된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은 9조의 전반부를 유지키로 했다. 9조 전반부는 전쟁을 부인하는 것이며 후반부는 군대를 보유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번 방위성 승격은 따라서 1930년대로 다시 돌아간다기 보다 앞으로 일본의 평화주의가 국제문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변명거리가 되지 않을 것임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본은 이미 북한에 대한 공격적인 제재를 시행했으며 인도 호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에 일단의 외교책을 펼쳐보였다.

일본 자위대와 새 방위성은 일본이 국제 시스템에서 발언권을 얻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승격된 지위에만 의존해서는 안되고 뭔가 더 일을 벌여야 한다. 방위성을 있게 한 법안도 국제 평화유지와 인도주의적 구조 임무를 자위대의 최고 임무로 강조하고 있다.

이런 임무는 물리적,정치적으로 위험성을 안고 있다. 방위성 장관은 공급자적 시각에서 수요자의 시각으로 옮겨와야 한다. '어떤 작전이 자위대에 이로운가'라는 시선에서 이제는 '해외에서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고 일본이 어떤 영향력을 얼마나 빨리 행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일본은 이런 책임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군사력도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방위성 승격을 통해 일본은 동아시아의 가장 믿을 만한 세력이라는 점을 이웃나라에 보여줄 기회를 갖게 됐다.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이 글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수석 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미 조지타운대 국제관계학 교수가 'Reviving Japan's Military'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