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가 살고 있을 그 산간 마을

모든 길이 끊겼습니다(…)

산짐승의 울음 소리가 눈 속에 파묻히고

해일처럼 너울대는 눈바람을 따라

적막히,또 밤이 옵니다

아무런 상처도 없이 눈 속에 해가 불끈 솟는 아침

사나웠던 서로의 뿔을 낮추며 순해지는

폭설 속의 오늘,참 오랜만입니다

세상의 신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오래 오랜 적막에 길들여져서

고요히,순결해진다는 건 대체 얼마 만인가요

이제,당신을 향한 마음을 접어 두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그곳으로 향하는 길을 뚫고자

서로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조연향 '폭설,그 뒤' 부분


큰 눈으로 모든 길이 끊긴 산간 마을이군요.

너울대는 눈바람 따라 적막한 밤이 오고,아무런 상처 없이 해가 솟고,세상의 신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라고요.

사나웠던 서로의 뿔을 낮추며 이제야 순해졌다니 꽤나 시린 세월을 가슴 조이며 흘러오셨군요.

그럼요,폭설 뒤의 긴 적막에 길들여지면 순결해지고 말고요.

한없이 그리워하면서도 '당신'을 그 순결한 곳에 두고 싶은 마음 어찌 모르겠습니까.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