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부실을 숨기고 일반투자자들에게 공모주 청약을 실시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8부(지대운 부장판사)는 12일 부실한 기업공개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정모씨 등 1541명이 302억여원을 배상하라며 푸르덴셜증권(옛 현투증권)과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기업부실을 숨기고 실권주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기업에 60%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해 18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와 달리 기업공개 내용만을 믿고 섣불리 투자한 투자자들의 책임이 더 크다며 회사의 책임을 40%로 인정,투자자들에게 121억원을 물어주라고 선고했다.

2000년 자본금잠식상태였던 현투증권은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실권주 공모증자를 실시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며 현투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인 대우채의 손실부담액을 반영하지 않은 채 주식 가치를 주당 3937원으로 산출했다. 현투증권은 이를 바탕으로 주당 공모가액을 6000원으로 산정한 뒤 투자자를 모집,결국 2만3205명으로부터 2682억여원의 돈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결국 투자자들이 받은 주식은 2004년 1월 이뤄진 무상감자로 인해 휴지조각이 됐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