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12일 성과급 50%를 더 받으려고 파업이란 초강수를 둔 것과 관련해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현대차 일반 노조원들과 현장 노동조직들은 "노조 집행부가 납품비리로 도덕적 상처를 입고 불명예 퇴진을 앞둔 상황에서 성과급과 관련한 노사갈등을 파업정국으로 몰아가는 것은 재기와 반전을 노리려는 국면전환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 노조집행부의 이런 전략을 잘 알고 있는 현장 노동조직도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의 강경 카드에 비토를 걸지 못하고 사실상 만장일치로 손을 들어준 것은 이 같은 전략에 노골적으로 반발할 경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어용 노동조직이란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일 노조의 서울 본사 상경투쟁 때만해도 예상보다 적은 1500여명의 노조원들이 참여했을 정도로 현대차 노조 내 상당수의 현장조직들이 참여를 기피했다.

노조집행부가 전개하는 성과급 투쟁이 다가올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현 위원장의 입지 강화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회사측의 '무노동 무임금' 원칙고수에도 불구, 노조가 명분 없는 잔업·특근 거부를 계속함으로써 임금이 '반토막'날 것에 대한 근로자들의 원성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처럼 노조의 성과급 투쟁이 조합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자 집행부는 새 노조위원장 선거를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당분간 연기하는 방안을 지난 11일 확대운영위에서 꺼내들었고, 이는 그동안 선거전에 매몰됐던 현장 노동조직들을 투쟁대열에 흡수하는 데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합리적 노동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신노련(대표 서중석)도 최근 발행한 유인물을 통해 "지난해 말 납품비리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노조 집행부가 새 위원장 선거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 등을 앞두고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성과급 문제를 갖고 무리하게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