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후에는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바꾸는 기술로 매년 수명을 1년 연장할 수 있고,20년 이내에 나노로봇으로 인체 장기의 손상 부위를 고치거나 아예 교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늘만한 크기에 감지장치를 단 '스마트 더스트'로 들키지 않고 적진을 염탐하고 나노 무기와 가상현실로 원격조종하는 전쟁이 가능해질 것이다."

'커즈와일 신디사이저' 발명가로 유명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58)은 신작 '특이점이 온다'(김명남·장시형 옮김,김영사)에서 과학기술 발전과 인류문명의 미래를 이렇게 예측한다.

이미 '지적 기계의 시대'(1990년)와 '영적 기계의 시대'(1999년)에서 인공지능이 궁극에는 의식있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그는 이번 책에서 '특이점'(가속적으로 발전하던 과학이 폭발적 성장의 단계로 도약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문명을 낳는 시점)'이라는 개념을 자주 언급하며 한발 더 나아간 '의식의 사다리'를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노화와 질병의 과정이 역전되고 환경오염이 제거되며 전지구적 기아나 가난도 해소된다.

혈관을 따라 흐르는 의학용 나노 로봇,완전몰입형 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일상 생활,뇌의 정보를 컴퓨터로 옮겨 재생하기,광속을 뛰어넘어 우주로 지능을 전파하는 계획까지 실현된다.

그야말로 GNR(유전공학·나노기술·로봇공학 및 인공지능) 혁명이 단계적으로 펼쳐지면 인류 문명이 생물학적 차원을 훌쩍 넘어서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인간의 지적 수준에 맞먹는 인공지능이 등장한 뒤에 그 이상의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한다.

또 "노화는 여러 생리현상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이므로 그 요소들을 관리함으로써 전체적인 노화 속도를 통제할 수 있다"며 건강한 식사와 영양소 보충,유전자 조작 등의 생명과학 기술,나노기술의 발전이라는 세 가지 '다리' 덕분에 15년 후에는 노화나 질병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가와 학습의 경계가 없어지고 가장 중요한 경제활동은 지식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예측도 곁들인다.

아울러 2030년에는 가상현실을 이용해 다른 인격을 경험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인간의 지능과 마음이 완벽하게 옮겨질 수 있다면 육체는 단지 용기에 불과하다는 것.이쯤 되면 물리적 복제보다 정신적 복제가 훨씬 더 큰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지난 30여년간 인간사회에 변화를 가져오는 IT기술의 발전 추세를 예측해온 그는 "1990년대 중반 월드와이드웹으로 전세계가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을 때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내 예측이 맞았다"면서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완성되면 인간과 컴퓨터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기술은 역기능도 있고 위험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생명과학기술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갈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840쪽,3만5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