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투자할 경우 투자자들은 기대에 부푸는 경우가 많다.

잘하면 대박이 나기 때문일 것이다.

각종 성공사례나 강연회도 이러한 분위기를 부추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높은 기대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것은 역시 원금손실 가능성일 것이다.

초기투자에 사용된 소위 종자돈 자체가 훼손되면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일 주가가 오를 경우 이익을 보되,떨어지더라도 원금은 회수할 수 있게 전략을 짜면 어떨까.

이 경우 주식투자에서 느끼는 부담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처럼 '오르면 이익보고 떨어지면 막아주기'를 기본으로 하여 고안된 투자전략이 바로 '포트폴리오 보험 전략(portfolio insurance)'이다. 이 전략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방어적 풋 전략(protective put)이다. 주어진 원금의 일부로 보험에 들듯 풋옵션을 사고 나머지 돈으로 주식을 매입한다. 이 때 풋옵션은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보상을 해주는 보험역할을 한다.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고 떨어지면 풋옵션을 통해 보상을 받는다. 여기서 중요한 원리가 발견된다. 포트폴리오 보험 전략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명시적인 혹은 묵시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가가 오를 경우 풋옵션은 소용이 없어진다. "보험 괜히 들었네,전액 주식에 투자를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결국 풋옵션을 사는 비용만큼은 손해를 보는 셈이다.

두 번째 전략은 콜옵션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콜옵션은 주가가 미리 정한 수준보다 상승하면 큰 이익을 보고 하락하면 수익이 제로가 되는 비대칭적 상품이다. 이제 원금이 100억원이라 하자. 이 때 95% 정도는 채권이나 예금 등 안전상품에 넣고 나머지 5% 정도를 가지고 콜옵션을 매입한다고 하자. 이 때 채권매수나 예금가입에 쓴 95억원 정도의 자금(정확하게는 95억2500만원)은 이자율이 5% 정도 되는 상황에서 만기에 가면 100억원 정도가 된다. 원금이 회복되는 것이다. 결국 콜옵션매입에 쓸 수 있는 돈 5억원은 원금 100억원에서 이자에 해당하는 자금을 미리 추출한 것이다. 그래서 이 전략은 이자추출 전략(cash extraction)이라고 불린다. 물론 콜옵션의 경우 주가가 미리 정한 수준보다 상승하지 못하면 회수액은 0이 되어 5억원을 날리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원금은 채권이나 예금으로 확보되어 있으므로 원금 100억원을 회수하면 된다.

그러나 만일 주가가 미리 정한 수준보다 상승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5억원 정도 되는 콜옵션구입자금의 위력은 매우 크게 나타난다. 콜옵션에서 대박이 터지므로 5억원 정도의 자금을 들여 확보한 옵션이 30억원이나 50억원이 될 수도 있다. 자금회수액은 130억원,150억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콜옵션 부분을 구체적으로 디자인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므로 구체적인 수익구조는 조정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동일하다. 주가가 떨어지면 콜옵션 부분은 '꽝'이 되지만 채권이나 예금으로 원금을 회수하며 대신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에서의 커다란 수익이 그대로 다 투자자 몫이 된다.

이 전략은 지금 우리 금융시장에서 매우 인기 있는 전략이다. 증권사에서 발매되는 주가지수연동채권(ELS:equity-linked securities),그리고 은행에서 나오는 주가지수연동정기예금(ELD:equity-linked deposit) 등이 모두 이 전략을 채택한 금융상품이다. 따라서 이 상품에 가입하는 투자자는 사실상 채권+옵션의 패키지 또는 예금+옵션의 패키지 상품을 구입하는 셈이 된다. '주가 뜨면 금리 더 드립니다'라는 구호 속에는 옵션이 살짝 숨어있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으로 상품을 설계할 때는 최저회수액이 원금보다 약간 낮도록 만들어서 옵션투자액을 늘리는 경우도 있고,수익률에 상한선을 두기도 하고,콜옵션 대신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보는 풋옵션을 사들여서 주가 하락시 이익을 보도록 변형시킬 수도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이자추출전략의 응용이다. 옵션대신 주식을 사용하는 전략이다. 위의 예에서 계산된 5억원에 해당하는 숫자를 쿠션(cushion)이라고 하는데 이 전략은 쿠션의 일정배수를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이다.(주식투자액수를 익스포저라 한다) 이유는 이렇다. 주식은 옵션과 달리 투자기간 안에 제로가 될 확률이 거의 없다. 더구나 인덱스 포트폴리오에 투자를 한다면 더욱 그렇다. 콜옵션을 5억원만 구입한 것은 제로가 돼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만일 주식으로 대체한다면 5억원보다 더 투자해도 된다는 얘기가 된다.

예를 들어 향후 1년 동안의 하락률을 최고 50%라고 본다면 배수는 2가 되고 주식에 10억원(익스포저:쿠션의 2배)을 넣을 경우 최악의 경우에도 5억원은 건지게 된다. 이 경우 채권에 90억원,주식에 10억원 투자를 할 경우 채권원리금이 약 95억원,주식 회수분 5억원을 합치면 원금 100억원 정도가 확보된다. 이처럼 투자기간을 기준으로 주가가 어느 정도까지 하락할 수 있느냐를 추정하고 이 범위를 전제로 5억원(쿠션)의 배수에 해당하는 액수를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전략을 고정비율 포트폴리오 보험 전략(CPPI:constant proportion portfolio insurance)이라 한다. 이 전략은 해외기관들이 많이 시행하고 있는데 옵션 같은 복잡한 상품을 따로 다루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투자 잔여기간의 이자액수가 계속 변하는 데 따른 조정을 계속 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