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경제학의 연구 영역을 넓히려는 '혁명'(economics revolution)이 일어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11일 경제학계의 소장 연구자들이 사회학이나 병리학,언론학,정치학 등 다른 학문에서 다뤄왔던 주제를 연구하는가 하면 현실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도구로서 경제학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IHT는 미국의 중진 경제학자 20여명을 대상으로한 조사를 통해 현실 문제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 매우 인상적인 연구를 하면서 우수한 성과를 내 경제학의 미래를 빛낼 것으로 예상되는 소장 경제학자 13명을 선정,소개했다.

일례로 경제학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의 소장 여성 경제학자 에밀리 오스터(26)는 대학 시절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률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높은 이유를 경제학이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녀는 결국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아프리카의 에이즈 확산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당시 주위 사람들은 병리학에서 다뤄야 할 주제라며 말렸지만 그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결국 빈곤이 에이즈를 확산시키는 근본 원인이라는 것을 학문적으로 입증했다.

또 에이즈 퇴치를 위해서는 빈곤 퇴치 노력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그녀는 "병리학자의 연구에는 한계가 있으며 오직 경제학자만이 이런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스터의 연구는 전통적으로 경제학에서 주로 다뤄왔던 통화나 예산,세금 등의 주제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오스터는 에이즈 연구에 이어 죽음에 대한 주제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인도와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라즈 체티는 빈곤 퇴치 정책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으며 저스틴 울퍼스는 온라인 베팅이 선거 예측에 얼마나 성공적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오스터의 남편인 제시 샤피로는 TV가 불우 아동들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또 롤랜드 프라이어는 인종간 불평등에 대해,얼라이크 맬멘디어는 사람의 비이성적 행태에 대해,벤자크 올큰은 인도네시아의 부패를 연구했다.

경제학의 통념을 깬 연구들은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등 현실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오스터는 에이즈 연구 성과를 대통령 직속위원회에서 발표해 정책 집행에 간접적 영향을 끼쳤다.

또 경제학자인 조나단 그루버는 모든 주민들에게 건강보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캘리포니아주가 최근 이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장 경제학자들의 새로운 연구 조류에 대해 다이앤 코일은 '정신이 깃든 과학'이라는 저서에서 경제학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들의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에 '놀랄 만한 창의적 르네상스'가 일어나고 있다며 컴퓨터를 통해 얻어지는 방대한 자료 덕분에 경제학이 새로운 황금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