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 사는 한국 대사관 직원이나 기업 주재원들의 업무가 하나 더 늘어났다. 특히 겨울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본사에서 지인들이 몰려오면서 주말에도 관광 안내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일본 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한해 전보다 20%가량 늘어나 월 평균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방문객도 사상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자 아예 한글로 안내 간판을 설치한 곳도 꽤 많다. 수도권의 유명 온천지 하코네에서 시설이 가장 큰 '유네상'의 경우 프런트에서 한국식 액센트로 문의를 하면 종업원들이 얼른 알아듣고 한국어 안내 책자를 건네줄 정도다. 도쿄 남쪽 지역에서는 1,2월에도 라운딩이 가능해 주말을 이용해 오는 골프 관광객들이 많다. 도쿄 인근 히가시노미야 골프장처럼 한국인 주말 단체 이용객을 겨냥해 공항에서 골프장까지 교통 편의를 지원하는 골프장도 늘고 있다.

최근 경기 회복세로 다소 요금이 올랐으나 도쿄에서 두 시간 정도만 나가면 하루에 1만엔(점심 온천시설 포함) 정도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상당히 많다.

도쿄 오사카 등 주요 도시의 대형 백화점이나 가전 매장도 한국인 쇼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대형 가전 체인점인 요도바시는 한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영어 중국어와 함께 한국어로 안내방송을 하고 있다.

대형 백화점인 다카시마야처럼 매장 내 안내 간판에 한글을 병행 사용하는 유통 업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한국인 중에서는 긴자 명품가를 찾는 사람도 있다. 지난해 가을 문을 연 세계 최대 구치(GUCCI) 매장에서도 한국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다.

대한항공 도쿄지사의 고종석 마케팅 부장은 "작년 하반기 이후 서울발 항공편 탑승률은 90% 선에 육박할 정도로 호황"이라면서 "원화 강세 영향으로 일본을 찾기가 수월해진 것 같다"고 풀이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