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진 원화가 수출기업들에는 독(毒)이지만 해외투자나 관광을 하는 사람들에겐 선물이다. 미국 부동산시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주거용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일본으로 쇼핑과 골프관광을 가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해외투자 자유화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어서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주택경기 둔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부동산 매입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늘어날 조짐이다.

지난해 한국인들이 구입한 미국의 주거용부동산은 20억달러(약 1조87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AP통신이 국제부동산거래기구(IRETO)의 자료를 인용해 8일 보도했다.

이는 2005년의 12억7000만달러에 비해 57.5%나 늘어난 것이다.


올해는 투자용 해외부동산 투자한도가 30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한국인들의 주택구입 규모도 4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IRETO는 전망했다.

원화가치가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달러당 930원대로 상승함에 따라 한국 정부가 해외부동산 투자한도를 완화한 게 주된 요인이다. 실제 작년 5월부터 100만달러로 완화된 해외부동산 투자한도는 올해 300만달러로 늘어난 뒤 2009년께 완전 폐지될 예정이다.

이러다보니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LA와 뉴욕 애틀랜타 등의 부동산업체들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LA 코리아타운 주변에선 현재 1500여채의 콘도 건설 계획으로 소규모 건설붐이 일고 있다.

이들 콘도는 대부분 한국의 아파트를 모방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을 겨냥한 셈이다.

최근 분양된 코리아타운 인근의 머큐리 콘도의 경우 "80채 중 10채가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 팔렸다"고 포레스트 시티엔터프라이즈 대변인은 전했다.

이 지역의 디벨로퍼인 마틴 그룹은 40여채의 콘도를 투자한도가 확대된 이후 한국인에게 팔았다.

뿐만 아니다.

한국 건설업체인 신영은 한국인 투자자들을 염두에 두고 40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를 코리아타운에 짓기 시작했다.

같은 지역에 22층짜리 건물을 개발 중인 코아 월셔 웨스턴사는 186채의 콘도를 한국에서 팔아달라고 한국부동산업체에 의뢰하기도 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한국인들이 미국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주로 장기적 투자목적이거나 은퇴 후 그들이 직접 거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자녀들을 다 키운 뒤 미국에서 노후를 보내기 위한 사람도 상당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