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 표절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제자의 시를 그대로 자신의 시집에 실어 물의를 빚는 등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의혹으로 중도하차하면서 '학계의 관행'이라고 얘기했지만 표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엄격하다.

원작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자신의 작품으로 발표하는 행위는 도작(盜作)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10월 가수 MC몽과 린이 함께 부른 노래 '너에게 쓰는 편지'의 후렴구 8소절이 모던 록그룹 더더가 부른 노래 '이츠 유(It's you)'를 표절했다는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두 곡의 후렴구 전체적인 가락이 유사할 뿐 아니라 박자,템포,분위기도 유사해 원고의 저작물을 임의로 사용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2003년 인천전문대 교수 재임용 과정에서 탈락한 2명이 제기한 임용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논문 표절을 이유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다른 사람의 논문을 철자 한자 고치지 않고 명의만 바꿨고,B씨는 목차나 체계가 흡사할 뿐 아니라 전체 내용의 80% 이상이 각주까지 그대로 옮겨놓았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그러나 원작의 출처를 밝힐 경우 표절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04년 고려대 이기수 교수가 제기한 정직처분 무효확인소송에서 "각 저서 머리말에서 원저서를 기초로 하여 집필했다고 기재하고 원서 인용 부분마다 각주가 달려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표절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도 지난달 이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또 원저작물을 기초로 했으나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는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했을 경우 새로운 창작물로 볼 수 있다며 C씨가 제기한 저작권 침해정지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원심을 파기,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창작성의 정도가 높다고는 할 수 없을지라도 정신적인 노작으로서의 가치를 보호받을 정도의 수정이나 변경이 가해진 '개작'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