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 모듈테스트팀에 근무하는 J씨(28·남)는 1년6개월여의 열애 끝에 최근 결혼에 골인했다.

J씨의 피앙세는 같은 이천공장에서 오퍼레이터(반도체 생산직 사원)로 근무하는 K씨(26·여).하루 8시간씩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반도체 라인의 특성상 서로 애정이 싹트기 쉬운 측면도 있지만,다른 회사에 비해 급여 수준이 높아 사내결혼을 하면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이 결혼을 결심한 이유였다.

고졸 출신인 두 사람의 연봉 합계는 7000만∼7500만원가량.J씨는 "저희 부부와 같은 이유로 결혼한 사내커플이 지난해의 경우 우리 팀에서만 8쌍이나 나왔다"고 귀띔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근무하는 P씨(33·남)와 C씨(30·여)도 결혼 3년차 사내커플이다.

고졸 입사 13년차인 P씨와 10년차인 C씨의 급여 합계는 7300만원.이들 커플 역시 비슷한 경력을 지닌 다른 업종 근로자들보다 급여 수준이 높다는 점이 사내결혼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다.

P씨는 "제 급여가 부산·경남지역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고교 동창들에 비해 배 가까이 되는 데다 아내의 급여도 만만치 않아 합치면 상당한 수준이죠"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업종 가운데 사내결혼율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딜까.

답은 반도체와 조선 업종일 것 같다.

5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이들 회사에서 생산직 직원들(반도체는 남직원,조선은 여직원 기준)의 결혼 10건 중 8건가량이 사내결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경우 전체 직원 수는 1만3000명으로 이 가운데 사내 커플은 현재 900여쌍에 달했다.

생산직 직원들의 근속 연한이 10년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년 100쌍 안팎의 사내 커플이 탄생하는 셈.하이닉스반도체도 마찬가지다.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에서 지난해 사내결혼은 30여건에 달했다.

조선업계도 사내결혼이 많은 직종이다.

거제에 조선소를 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의 경우 지난해 여사원의 연간 결혼 건수 중 80∼90%가량이 사내결혼이었다.

◆ 성비(性比)불균형이 커플 촉진

반도체와 조선업종에 사내결혼이 많은 까닭은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남녀 직원들의 성비가 맞지 않는 업종 특성이 주된 이유 중 하나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도체 회사들의 경우 생산직 사원의 대부분이 여성인 전형적인 '여초(女超)' 직장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1만3000명 가운데 여성 직원 수가 1만2000명에 달하고 하이닉스도 전체 1만명 가운데 7000명가량이 여성이다.

이와 반대로 조선업체들은 여성 직원 숫자가 결혼 적령기를 맞은 남성 직원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전형적인 '남초(男超)' 직장이다.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의 경우 전체 1만900여명의 직원 중 여성은 398명에 불과하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도 전체 직원 9000명 중 여성은 282명,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도 전체 2만5000명 중 여성은 1200명뿐이다.

따라서 조선업체에서는 여직원,반도체 업체들에서는 남성 직원의 희소성이 커 자연스럽게 사내 커플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여성 사원이 워낙 적다 보니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남성 사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 급여 수준 높아 '1+1' 효과 톡톡

평균 급여가 다른 업종에 비해 높아 사내결혼을 할 경우 타 업종 종사자들보다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이들 업종에 사내결혼이 많은 이유다.

실제 고졸 또는 전문대 졸업자들이 대부분인 이들 업종 생산직 직원들의 급여 수준은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생산직 여성의 초임은 2900만원으로 웬만한 일반 기업 사무직 직원과 비슷한 수준이며,5년 이상 근속할 경우 연봉(특별성과급 등 포함)은 4000만원을 상회한다.

하이닉스 여사원의 초임도 2500만원 안팎으로 5년 이상 근속할 경우 3000만원 후반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직은 타 직종에 비해 급여 수준이 높은 만큼 사내결혼을 통해 6∼7년만 맞벌이를 하면 급여 합계가 1억원에 육박한다"고 사내결혼이 많은 원인을 설명했다.

조선소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입사 4년차 남녀 직원의 연봉 합계는 8200만원에 달하고 8년차 남녀 직원의 연봉 합계는 1억원가량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요즘 맞벌이가 사회적 추세인데 이왕이면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은 같은 회사 직원을 배우자로 맞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열·이태명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