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인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성장잠재력을 담보하는 국내 설비투자율은 지난해 11.1%에 그쳐 10년 전인 1995년의 14.1%를 밑돌고 있고,잠재성장률도 1980년대의 8%에서 4%대로 반토막이 났다.

경제지표뿐만이 아니다.

기업들도 "10년 뒤에는 뭘로 먹고 사느냐를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세계 일류 반열에 올랐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황창규 사장조차 "향후 먹고 살 신수종을 생각하면 머리가 빠질 지경"이라고 위기감을 털어놨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앞서 견인해야 할 기업들은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작년 3분기 말 현재 125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특히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작년 3분기까지만 전년 대비 126%나 급증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2009년께는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절반가량(48%)을 해외에서 생산한다.

삼성과 LG도 해외 생산기지 확충에 여념이 없다.

기업들의 '코리아 엑소더스'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국민의 먹거리를 챙겨야 할 기업들이 국내 투자는 제쳐둔 채 해외로 떠나는 이유는 뭘까.

기업들의 해외 투자 확대는 '글로벌 경영'의 성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면에는 "정부 규제와 고임금,과격 노조 때문에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길 수밖에 없다"는 속사정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키우기'는 정부와 국민,기업이 함께 풀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올랐다.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어지고 기업들이 투명해진 만큼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특혜 시비 등을 의식하지 말고 과감한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

규제 완화는 어떻게든 기업의 투자 확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기업도 예전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리스크를 감수하는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이 '일자리 창출' 등의 순기능을 평가하며 기업에 애정을 가진다면 금상첨화다.

이는 한때 남미와 아시아의 선진국으로 군림하다 후진국으로 낙오한 아르헨티나와 필리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우리의 선택이어야 한다.

196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을 위한 종자돈 마련을 위해 독일로 떠나온 광부와 간호사들 앞에서 "여러분,난 지금 몹시 부끄럽고 가슴 아픕니다.

나에게 시간을 주십시오.우리 후손만큼은 결코 이렇게 타국에 팔려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라고 한 연설을 다음 세대들이 다시 들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상철 산업부장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