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신년사를 통해 "새해에는 그 어느 때보다 물가안정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명(表明)한 셈이다.

금융 긴축기조 유지의 필요성은 사실 부인하기 어렵다. 이미 지난해 말 철도 우편 항공 요금이 오른 데 이어 오는 15일엔 전기료,4월1일엔 연탄값 등이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다.

공공요금발(發) 물가불안 우려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집값 급등의 여파로 전셋값까지 대폭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게다가 그동안 물가안정에 기여했던 중국의 저가상품 공급 지속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 물가를 잡겠다는 이 총재의 생각은 나름대로 수긍할 만하다.

곳곳에서 거품 경고가 터져나오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연착륙시켜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이 총재가 "공개시장조작과 대출 및 지급준비제도의 연계적 운용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도 한은(韓銀)의 금리정책이 더욱 효율적으로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에 다름아닐 것이다.

하지만 금리인상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잠재성장률마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된다면 투자활성화는 더욱 요원해지고 경기 회복 또한 한층 더뎌질 것은 너무도 뻔한 이치다.

더구나 가계발 금융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은 더 큰 부담이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275조7000억원에 달해 전년 말 대비 13.3%(32조5000억원)나 증가한 상태다.

금리가 1%만 상승해도 가계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집값마저 경착륙하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 파장(波長)이 어떠할지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금리정책을 운용함에 있어 최대한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경기 상황과 금융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유연한 대응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