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의 대혼란기에 제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주인공은 '관포지교(管鮑之交)'의 고사(古事)로 유명한 관중(管仲·?~BC645)이다.

관중이 제나라의 재상으로서 부국강병과 중원의 평화를 이룬 경세이론을 종합적으로 담은 책 '管子(관자)'(관중 지음,소나무)가 국내에 완역돼 나왔다.

'관자'는 김필수 동국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4명의 연구자가 7년가량 번역에 매달린 끝에 내놓은 1000쪽 이상의 대작.정치,행정,법,경제,철학,군사,자연과학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한 관중의 지혜를 제나라 환공과의 문답 형식으로 담고 있다.

관중의 사상적 특징은 법을 정치의 기본으로 삼으면서 도덕과 예의도 강조하며 백성들의 삶과 관련된 경제를 중시했다는 점.책의 제1권 첫 편인 '목민(牧民)'에서 "정치가 흥하는 것은 민심을 따르는 데 있고,정치가 피폐해지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데 있다"며 "정치는 백성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라고 했다.

백성을 다스리는 것을 목자가 가축을 돌보는 것에 비유해 '목민(牧民)'이라는 말을 처음 쓴 것도 그였다.

경제문제에 관한 내용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 중국 고대 경제학의 거작으로 손꼽히는 것도 '관자'의 특징이다.

제35편 '치미(侈靡)'에서 언급한 경기부양의 조건에서 그는 기본적 욕구의 충족과 소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백성들이 엄한 형벌을 감수하며 법을 어기며 복종하지 않는 것은 인성(人性)이 그래서가 아니라 곤궁하기 때문"이라며 "치미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했다.

치(侈)란 크게 베푼다는 뜻이고,미(靡)는 많이 소비한다는 뜻.

그는 "부유한 사람이 충분히 소비하면 가난한 사람이 일자리를 얻게 된다"면서 민생이 좋지 않을 때에는 소비를 활발하게 해서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ㆍ경제ㆍ행정ㆍ군사ㆍ철학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 '관자'는 훗날 제자백가로 발전하는 다양한 사상을 포괄한다.

특히 법률,부귀,통화(通貨) 등의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백성을 사민(四民),즉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분류한 것도 '관자'가 처음이다.

'곳간이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넉넉해야 영욕을 안다'는 명구도 '관자'에 나오는 말이다.

번역자들은 "'관자'의 핵심 주제는 국민이 부유하고 안정되게 잘살도록 하는 문제"라며 "춘추전국시대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CEO형 정치가인 관자의 대담하고 혁신적인 전략적 사고를 통해 현대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64쪽,양장 애장판 5만원,반양장 보급판 3만8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