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뜨기 쉬운 연휴에 마음을 맑게 헹궈주는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전업시인으로 강화도에 살고 있는 함민복씨(44)의 산문집 '미안한 마음'과 시인 천양희씨(64)의 문학에세이 '시의 숲을 거닐다'.

함민복 시인의 산문집 '미안한 마음'(풀그림)은 번잡한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강화도에서 '반어부'로 지내고 있는 그의 사람냄새 풍기는 따스한 글모음이다.

그는 10년 전 우연히 강화도에 들렀다 마니산 끝자락 동막리에 보증금 없이 월 10만원에 살 수 있는 폐가를 발견했다.

그 길로 바로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에 온 그는 섬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조개와 낙지 망둥어 새우 등을 잡았고 해가 지면 어부들과 어울려 석양주 한 잔을 걸쳤다.

처음 왔을 땐 '물 때'도 몰랐던 시인이지만 이제는 달만 쳐다보고도 물 때를 알 수 있게 됐고 계절에 따라 어떤 물고기들이 잡히는지도 안다.

이번 산문집은 충북 중원 산골 출신인 그가 아무 연고도 없는 강화 갯벌에서 살아가도록 도와준 이웃과 자연에 대한 헌사인 셈이다.

자연과 벗 삼아 지내는 시인의 눈에 들어온 도시의 모습은 생경하고 때로 폭력적이다.

'전원마을,푸른마을,강변마을… 아파트 단지 이름들은 대부분 예쁘다.

그런데 그 이름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이름들이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알 수 있다.

전원마을은 전원을,푸른마을은 푸름을,강변마을은 강변의 풍경을 해치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폭력 냄새나는 말들'중)

천연기념물 만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전업시인으로 지내면서 가난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시인은 "전 경제적으로 문제 없어요.

가난하다는 생각은 스스로 만족하지 않을 때 생기거든요.

지금 생활에 만족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시인은 10년 내로 강화도를 소재로 한 서사시를 써 볼 계획이다.

천양희 시인의 '시의 숲을 거닐다'(샘터사)는 릴케,랭보,김소월,백석 등 국내외 유명 시인들의 치열한 삶과 사랑,작품세계를 조명한 문학에세이다.

시를 어렵게만 여기는 독자들에게는 시의 묘미를 음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이드북이기도 하다.

천양희 시인은 무엇보다 먹고 살기 힘든 때일수록 시가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단언한다.

'사람들은 흔히 살기도 힘든데 시는 무슨 시냐고,시가 밥을 먹여 주냐고 말들을 한다.

하지만 그 말은 틀린 말이다.

(중략)한 편의 시가 하루를 너끈히 견디게도 해주고,한 편의 감동적인 시가 마음을 살려 평생을 따뜻하게 살아가게도 한다.'('좋은 시를 만나는 기쁨' 중)

세상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생활이 나를 속일 때 시인은 울만의 '청춘'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읽을수록 힘이 생기고 희망의 전파를 받는 시라는 것.그 중에서도 "'나이를 먹어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어서 늙어간다'는 구절과 '세월의 흐름은 피부의 주름살을 늘리나 정열의 상실은 영혼의 주름살을 늘리고'라는 구절이 너무 좋아 주문처럼 외우고 있다"고 토로한다.

러시아 시인 예세닌이 27세 때 자신보다 17년 연상이었던 미국의 무용가 이사도로 덩컨과 나누었던 세기적인 사랑 등 시인들의 내밀한 사랑이야기를 들여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