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미국 정부가 '미국의 반덤핑법을 개정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에 반발,미국이 중시하는 자동차 의약품 분야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방침을 굳혀 협상 자체가 전면 교착 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8일(한국시간) 새벽 한국의 반덤핑법 개정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의회에 보고하고 이 내용을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USTR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무역구제(반덤핑) 관련 제안이 반덤핑법 개정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있는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어떤 요구 사항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고 법률 개정을 필요로 하는 한 한국의 현재 제안은 최종 협정문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그동안 '산업피해 판정시 국가별 비합산(덤핑에 따른 피해를 추산할 때 여러 수출국을 합치지 말고 한국 업체로 인한 피해만을 분리해 산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6가지 무역구제 관련 사안을 강하게 요구해 왔다.

더욱이 미국이 무역구제 분야에서 양보할 경우 자동차 의약품 분과에서의 미국측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놓은 상태다.

미 의회는 행정부에 대해 무역구제 제도 변경 사항은 무역촉진권한(TPA) 만료(2007년 6월 말) 180일 전에 보고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USTR가 의회에 이 같은 내용의 보고를 마친 이상 무역구제 분야에서는 협상의 진전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외교통상부 이혜민 한·미FTA기획단장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다만 USTR가 법률 개정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요구나 기존 요구안의 문구를 바꾼다면 논의가 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해 온 만큼 협상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의 거부 방침 통보와 관련,한국도 자동차 의약품 등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 고위 관계자는 "미측이 무역구제에서 양보하지 않는 한 우리도 자동차 의약품 등을 선뜻 내줄 수 없다"며 "서로 핵심 분야를 안 주고 협상을 타결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1월15~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6차 협상과 2월로 예정된 7차 협상은 공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