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이의 마음을 사랑과 감동으로 꽉 채우겠다고 작정한 영화다.

'허브'(감독 허인무, 제작 KM컬쳐)는.

지능과 정신이 일곱 살에서 멈춰버린 정신지체장애 3급인 차상은이 엄마와 나누는 사랑, 한 남자와 키워가는 사랑이 그려진다.

일곱 살의 순수한 마음으로 그려지기에 평범한 어른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가슴이 짠하고, 찡하다.

그러나 영화는 '감정의 과잉'이라는 벽을 넘지 못한다.

진짜 어린이들의 어른 뺨치는 대화와 행동, 상은과 종범의 풋풋한 데이트, 위트처럼 등장하는 동화 속 주인공들이 쉴 틈을 주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희망이라는 결론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감당하기 버거운 감정을 쏟아낸다.

그럼에도 '착한 영화'의 교훈은 여운이 깊다.

힘든 조건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엄마와 딸은 진실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일깨우고자 한다.

상은이 교통의경 종범과 키워가는 사랑은 다분히 현실적이다.

상은이 남들이 흔히 말하는 '바보'라는 걸 알게 된 종범의 방황과 상은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하릴없이 세상에 화풀이하는 모습은 안쓰럽다.

연기 잘하는 두 배우 배종옥과 강혜정의 관록이 느껴지는 한편 '광식이 동생 광태'로 서서히 워밍업을 한 후 '폭력써클'부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정경호가 틀이 잡혀감을 느끼게 한다.

영화 종반부 예정된 결과를 향해 가는 방식에서 '신부수업'을 연출했던 감독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역시 착하다는 건 의미 있지만, 관객과 교감을 이루는 데는 자꾸만 버겁다는 느낌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곱 살에서 지능 발달이 멈춘 상은(강혜정 분)은 혼자 꽃집을 운영하는 엄마(배종옥)와 둘이서만 산다.

상은 옆에는 친구 영란이, 엄마 옆에도 친구 미자(이미영)가 있다.

누가 '바보'라고 말하면 꽉 깨물어버리라는 엄마의 말대로 상은은 엄마 말이라면 뭐든 다 듣는다.

그런 상은에게 동화 속 왕자님이 나타난다.

'날라리'에다 '꼴통'인 교통의경 종범은 상은을 국제변호사로 착각하고 접근하고, 상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기쁨을 얻는다.

그러나 상은이 정신지체자라는 걸 안 종범은 상은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갈등한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아 밥만 입안 가득 퍼먹는 상은을 보며 엄마는 가슴 아프다.

종범은 상은을 버리지 못한다.

종범과 상은의 싱그러운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그렇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 상은과 엄마에게 아주 큰 시련이 닥친다.

엄마가 암으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시한부 삶을 통보받는다.

상은을 홀로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는 2020년이 넘는 날까지 커다란 박스에 상은에게 필요한 물건을 챙겨놓는다.

엄마의 예정된 죽음을 알게 된 상은이 종범에게 이별을 고하고 상은은 엄마와의 여행을 준비한다.

화면 가득히 퍼져나가야 할 허브향이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1월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