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에 있는 닌텐도 본사.흰색 건물 외관과 간소한 인테리어,흔한 조각품 하나 없는 로비,넥타이 차림에 회사 로고가 찍힌 청색 유니폼을 입고 바삐 움직이는 굳은 표정의 직원들.인테리어가 화려하고 복장이 자유분방한 한국 온라인게임 회사와 달리 닌텐도는 경직돼 있는 제조업체 분위기를 풍겼다.

닌텐도의 속살은 예상과 달랐다.

150년 전 화투를 만드는 가내수공업에서 출발한 닌텐도는 이제 임직원 3260명(해외 포함),올해 예상매출 6400억엔(5조원) 규모의 세계적인 비디오(콘솔)게임 회사가 됐다.

창의력과 자유를 중시하는 게임 업체 분위기를 거부하고 '마이웨이'를 걷는 닌텐도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닌텐도 사내 분위기는 지난 3월 발매한 휴대용 게임기 'DS 라이트'가 인기를 끈 덕인지 한껏 고무돼 있다.

최근 출시한 차세대 비디오게임기 '위(Wii)' 역시 순항 중이다.

닌텐도는 이 기세를 몰아 '비디오게임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내년 1월18일 'DS 라이트' 한글판을 발매한다.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은 21일 교토의 닌텐도 본사를 방문한 기자에게 "내년 초 한국 비디오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닌텐도는 지난 7월 자본금 250억원을 투자해 현지법인 한국닌텐도(닌텐도코리아)를 설립했고 한국 지사장에 해외영업부 출신으로 아시아 전문가인 코다 미네오씨를 임명했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닙니다.

우리가 판매하는 휴대용 게임기는 다릅니다." 사토루 사장은 'DS 라이트'의 타깃을 기존 비디오게이머가 아닌 여성,노인,중장년층 등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닌텐도는 'DS 라이트' 발매와 동시에 '두뇌 트레이닝','영어삼매경' 등 게임 타이틀 2개를 내놓을 예정이다.

'두뇌 트레이닝'은 간단한 숫자계산과 단어 기억 등 치매 예방을 위한 두뇌훈련용이고 '영어삼매경'은 영어 발음을 들으면서 터치패드에 문장을 써넣는 학습용 타이틀이다.

둘 다 '밀리언셀러'다.

닌텐도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학습용 게임기'를 표방하기로 했다.

한국닌텐도의 미네오 사장은 "영어 공부 열기가 뜨거운 한국 정서에 잘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약과 한계,부정적 시각이 많은 온라인게임과는 달리 비디오게임은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드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닌텐도는 자사가 한국 게임 콘텐츠 개발업체들의 '창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히타노 신지 전무는 "온라인게임 개발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는 한국 업체가 닌텐도 게임기용 콘텐츠 개발에 참여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내년 하반기쯤에는 차세대 게임기 '위'도 한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미네오 사장은 "현재 위 관련 게임 타이틀을 한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위와 DS 라이트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양 날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게임업체,이동통신사 등과의 제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재 제휴를 추진 중인 넥슨 외에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또 캐릭터 완구 등 다른 사업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당분간 한국에서 비디오게임 사업에만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토(일본)=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