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자기자본 투자(Principal Investment·PI)가 2조원을 돌파했다.

증권사들이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투자은행 변신을 겨냥해 직접 투자에 적극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과 신영증권은 최근 각각 대규모 PI를 단행했다.

대우증권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금호아시아나 컨소시엄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지난 15일 2000억원을 투입했다.

재원은 3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했다.

신영증권은 신한지주 증자에 참가,상환우선주 및 전환상환우선주 292만주를 취득키로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장세양 신영증권 전무는 "자기자본의 절반가량인 252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라고 말했다.

이번 증자는 신한지주의 LG카드 인수 대금 마련 차원에서 이뤄져 사실상 LG카드를 인수하기 위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셈이다.

이에 앞서 한국(6100억원) 우리투자(3100억원) 현대(3000억원) 굿모닝신한증권(1500억원) 등도 수천억원가량의 직접 투자를 단행했다.

이들 증권사의 PI 합계액은 2조12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SK증권 등 중소형사의 사모투자펀드(PEF)를 더하면 2조2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투자 원금과 수익금을 회수한 사례도 있다.

백효환 대우증권 PI담당 상무는 "지난해 증권사들의 PI는 많아봤자 수백억원 수준에 그쳤다"며 "올해는 업계 전체적으로 수십배나 불어나면서 'PI 원년'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PI 대상도 다양하다.

한국증권은 서울외곽순환도로 건설사의 주식 및 후순위채 인수를 비롯해 임대아파트 관련 사모사채 인수,하이브리드 채권 등에 투자했다.

인수·합병(M&A)과 테마파크에도 자금을 넣을 계획이다.

현대증권은 중국 상하이 M타워 인수와 W사 카자흐스탄 공동주택 개발사업,중국 기업공개(IPO) 펀드에 투자했다.

대우증권은 인도네시아 자원개발,벌크선 건조,상장 전 기업(프리 IPO) 투자에 나섰다.

조만간 르네상스 제1호 PEF에도 500억원을 넣을 예정이다.

이처럼 현재 진행 중인 투자를 합치면 올 회계연도(2006년 4월~2007년 3월) PI 규모는 전체적으로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PI 실탄 마련 차원에서 자기자본 확충에 적극 나서면서 내년 PI 규모가 4조~5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은 이번 회기 말 자기자본을 2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며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 18일 5000억원 증자를 결의했다.

이 밖에 삼성 대신 미래에셋 교보증권 등도 내년에 직접 투자에 나서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