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필수법안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황당한 이유'로 부결됐다. 의원들의 '무지'와 '오해'가 빚은 해프닝이었다.

전후 사정을 보면 이번 사태의 책임은 특정 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원들 전체에게 있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본회의에 상정된 조특법 개정안은 여야가 합의한 것이었다. 쟁점 사항이었던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도입조항은 한나라당의 요구가 관철돼 시행시기를 1년간 연기하는 것으로 정리했고,택시·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특소세 면제 문제는 추후 논의키로 결론지었다. 원만하게 타협이 이뤄졌고,필수적으로 통과돼야 할 법안이었기에 본회의 통과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택시·장애인 LPG특소세 면제조항을 이 법안에 끼워넣어야 한다고 '돌출주장'을 하면서 본회의 상황이 조금 묘하게 돌아갔다. 같은 당 김애실 의원은 법안 내용 중 EITC 조항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바로 여기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헷갈려 버렸다. 박계동 의원의 주장이 한나라당의 입장이고,재경위 합의안은 여당 것으로 착각해버린 것이다. 박 의원의 수정안이 부결처리되자 재경위 합의안에 일제히 반대표를 던졌다. 여당의원들도 안이했거나 상황파악을 하지 못했다. 상당수가 기권했고,일부는 반대표를 던졌다.

갑작스런 부결사태에 본회의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임시국회를 이날로 조기종료하고 오는 26일 새로운 임시국회를 개의,재경위부터 다시 절차를 밟는 것이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분명 '법안에 대한 무지'와 '상황에 대한 오해'였다. 재경위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도 "의원들이 헷갈린 것" "해프닝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여야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네탓이오'를 연발하고 있다. 무식해서 일을 잘못 처리했으면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덜 밉살스럽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정치공방을 멈추고 진지하게 자신들의 무지함을 고백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인식 정치부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