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A to Z] (1) 준비안된 이민은 '외로운' 지옥행‥돈만 믿으면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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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푸른 바다와 눈부신 태양 아래 하얗게 빛나는 야자수,그리고 넓게 펼쳐진 초원 위에서의 골프 라운딩.' 영화의 한 장면을 꿈꾸며 동남아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올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 9월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효(孝)박람회에 동남아 이민설명회를 참관하려고 수만명이 몰리는 등 관련 행사가 열릴 때마다 대성황을 이루는 게 이를 말해준다.
필리핀 은퇴청의 홍정렬 차장은 "매달 200만~300만원 정도면 '귀족생활'이 가능하다는 소문에 동남아 은퇴이민 희망자들이 폭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힘들게 살아온 과거를 생각하면 장.노년층은 분명 노후를 즐길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은퇴이민 전문가들은 "동남아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이민대상 국가의 경우 특정 단면이 지나치게 포장된 측면도 없지않다"고 입을 모은다. 돈만이 은퇴이민의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뜻이 깔려있다. 현지 환경 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없이 떠날 경우 고립감이란 또 다른 지옥을 경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필리핀으로 이민을 떠났다가 되돌아온 김모씨(65.경기도 시흥)는 "은퇴이민의 밝은 측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보여줘야 대비가 가능하다"며 이민알선 단체나 언론의 잘못된 태도를 노골적으로 꼬집었다.
그렇다면 은퇴이민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전문가들은 철저한 사전준비를 첫 손가락으로 꼽는다. 특히 현지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전한다. 기본적인 단어와 숫자 정도는 익혀야 '속임'을 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지인과의 친분을 통해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마다 생활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경제적 능력과 취미를 철저히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배우자나 자녀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실패사례까지 챙겨야 충동적인 결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
비자 등 제반 절차를 도와줄 믿을 수 있는 에이전트도 찾아야 한다. 각국별로 수십,수백명에 이르는 에이전트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현지 한인회나 대사관을 통해 추천받거나 공인된 에이전트 또는 여행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블로그,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도 다수 개설돼 있어 부지런히 손품을 팔면 관련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은퇴이민에 대한 확고한 결심이 섰다해도 사전답사 없이 곧바로 떠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3개월 정도 살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한다. 태국 은퇴이민 전문가인 오세림씨는 "2~3일 정도의 투어식 일정으로는 은퇴이민의 어두운 면을 제대로 체험해볼 수 없다"며 "3개월 정도는 머물러야 은퇴이민의 명암을 모두 이해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현지에서 쓸 수 있는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를 국내거래 은행을 통해 개설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국내에 재산이나 소득원천을 두고 떠나기 때문에 결제수단을 확보해 두지 않으면 일일이 환전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신용카드보다 직불카드 발급을 권한다.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신용카드 복사로 인한 피해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삿짐을 정리할 때는 웬만하면 집에서 쓰던 가전제품을 그대로 챙겨가는 것이 유리하다. 동남아 쪽이 대체로 물가가 저렴하지만 TV 등 공산품의 경우 오히려 가격이 비싼 곳도 많기 때문이다. 소화제 등 상비약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현지 의료보험에 가입해도 언어소통이나 환경상의 이유로 병원 이용이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여유로운 천국을 누릴 것인지,외로운 지옥에 빠질 것인지는 본인의 준비 정도에 달려있다.
조재길·이호기 기자 road@hankyung.com
지난 9월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효(孝)박람회에 동남아 이민설명회를 참관하려고 수만명이 몰리는 등 관련 행사가 열릴 때마다 대성황을 이루는 게 이를 말해준다.
필리핀 은퇴청의 홍정렬 차장은 "매달 200만~300만원 정도면 '귀족생활'이 가능하다는 소문에 동남아 은퇴이민 희망자들이 폭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힘들게 살아온 과거를 생각하면 장.노년층은 분명 노후를 즐길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은퇴이민 전문가들은 "동남아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이민대상 국가의 경우 특정 단면이 지나치게 포장된 측면도 없지않다"고 입을 모은다. 돈만이 은퇴이민의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뜻이 깔려있다. 현지 환경 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없이 떠날 경우 고립감이란 또 다른 지옥을 경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필리핀으로 이민을 떠났다가 되돌아온 김모씨(65.경기도 시흥)는 "은퇴이민의 밝은 측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보여줘야 대비가 가능하다"며 이민알선 단체나 언론의 잘못된 태도를 노골적으로 꼬집었다.
그렇다면 은퇴이민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전문가들은 철저한 사전준비를 첫 손가락으로 꼽는다. 특히 현지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전한다. 기본적인 단어와 숫자 정도는 익혀야 '속임'을 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지인과의 친분을 통해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마다 생활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경제적 능력과 취미를 철저히 파악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배우자나 자녀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실패사례까지 챙겨야 충동적인 결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
비자 등 제반 절차를 도와줄 믿을 수 있는 에이전트도 찾아야 한다. 각국별로 수십,수백명에 이르는 에이전트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현지 한인회나 대사관을 통해 추천받거나 공인된 에이전트 또는 여행사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블로그,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도 다수 개설돼 있어 부지런히 손품을 팔면 관련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은퇴이민에 대한 확고한 결심이 섰다해도 사전답사 없이 곧바로 떠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3개월 정도 살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한다. 태국 은퇴이민 전문가인 오세림씨는 "2~3일 정도의 투어식 일정으로는 은퇴이민의 어두운 면을 제대로 체험해볼 수 없다"며 "3개월 정도는 머물러야 은퇴이민의 명암을 모두 이해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현지에서 쓸 수 있는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를 국내거래 은행을 통해 개설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경우 국내에 재산이나 소득원천을 두고 떠나기 때문에 결제수단을 확보해 두지 않으면 일일이 환전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신용카드보다 직불카드 발급을 권한다.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신용카드 복사로 인한 피해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삿짐을 정리할 때는 웬만하면 집에서 쓰던 가전제품을 그대로 챙겨가는 것이 유리하다. 동남아 쪽이 대체로 물가가 저렴하지만 TV 등 공산품의 경우 오히려 가격이 비싼 곳도 많기 때문이다. 소화제 등 상비약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현지 의료보험에 가입해도 언어소통이나 환경상의 이유로 병원 이용이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여유로운 천국을 누릴 것인지,외로운 지옥에 빠질 것인지는 본인의 준비 정도에 달려있다.
조재길·이호기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