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화권에서 크리스마스는 자유와 완성,석방을 의미한다. 하늘과 땅, 그리고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이 경하하는 날이다. 이런 크리스마스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특정일에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종교적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일 뿐더러 비기독교인들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게 그 이유다.

기독교와 유대교 등 다른 종교단체 사이의 대립이 첨예해지자,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시 미국 대통령조차도 성탄카드에서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은 물론 산타클로스나 트리도 아예 없앴다. 다만 "희망과 행복이 깃드는 휴일이 되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시애틀 공항은 유대교 랍비의 항의를 받고 공항내에 설치했던 성탄절 장식물을 모두 철거했다고 한다. 유럽도 마찬가지여서 예수탄생이나 동방박사의 모습이 그려진 카드는 이제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 모두가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메리 크리스마스'보다는,힘들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블루(Blue) 크리스마스'예배가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어서다. 그것도 크리스마스 날이 아닌 동짓날 밤에 예배를 드려 '가장 긴 밤(Longest Night)'예배라 불린다.

블루 크리스마스는 '빈 의자 신드롬(empty chair syndrome)'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부인과의 사별이나 이혼,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등으로 빈 자리가 너무 커 견디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예배이기 때문이다. 이 예배에는 종교를 초월해서 누구든 참석해 서로가 위로를 받고 슬픔을 함께 나눈다.

성탄예배도 그렇지만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시비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 같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反)산타'운동을 봐도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짐작된다.

우리 종교계 인사들이 크리스마스나 석가탄신일을 맞아 서로 축하하고 손을 맞잡는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몇몇 사찰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캐럴까지 등장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