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독일 제2의 도시 함부르크의 시청앞 광장. 연말을 맞아 임시로 개설된 크리스마스 시장에는 평일 비교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쇼핑객들이 넘쳐났다.

매년 이맘 때 이곳에서 크리스마스 장식과 향신료를 판다는 카린 바우만씨는 "지난해보다 40~50% 정도 손님이 늘었다"며 "올해는 돈 좀 벌 것 같다"고 콧노래를 불렀다.

인근 고급 백화점인 유로파파사지 역시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쇼핑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는 마찬가지였다.

유럽경제의 회복을 이끌고 있는 독일 경제 부활의 1등 공신은 수출이다.

지난 10월 독일의 무역흑자는 전년보다 14.3% 증가,사상 최대인 172억유로(230억달러)를 기록했다.

독일 철강업체인 게오르스마리엔후테의 사장 위르겐 그로스만은 "수주가 사상 최고를 기록 중"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투자도 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독일의 투자는 5.8%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1%)는 물론 4년 연속 투자가 감소했던 그 이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것이다.

지난 1월 500만명이 넘던 실업자수 역시 11월 400만명 미만으로 줄었고 지난해 12%를 넘었던 실업률은 지난 9월 9.8%로 낮아졌다.

독일의 실업률이 10% 아래로 내려간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2001년 이후 제자리거나 줄어들던 소비지출도 올해 0.8% 늘어날 전망이다.

'수출증가-투자확대-고용확대-소득증가-소비 확대'라는 경제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성장률도 지난해 0.9%에서 올해 2.5%로 높아져 5년 만의 최고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기업인들은 내년 경제도 낙관하고 있다. 19일 민간 경제연구소 Ifo가 발표한 기업신뢰지수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며 1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때 유럽의 환자로 불렸던 독일 경제가 살아날 수 있었던 비결은 최근 수년간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그리고 원가절감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데 있다.

슈트트가르트 인근 기계장비 업체 트럼프그룹의 CEO 니콜라 라이빙어 카뮐러는 "주당 근로시간을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렸다"며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노동비용은 2000년 이후 연평균 1%씩 낮아졌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인턴기간을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리는 노동개혁을 추진한 것도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

지속성장의 걸림돌은 유로화 강세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유로당 1.32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는 유로화 가치가 1.35달러를 넘을 경우 독일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19%(현재 16%)로 인상되는 부가가치세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부가세 인상이 소비 지출에 일시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에선 겨우 본궤도에 접어든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함부르크=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