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얽힌 난맥을 풀기 위한 북·미 협의가 19일 베이징에서 시작됐다.

북한의 목표는 무역 금융망을 마비시킨 미국의 금융 제재를 돌파하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선 달러 위조를 비롯한 북한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법집행의 문제다.

미국 대표단은 첫날 협의 후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님을 시사했다.

양측은 20일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다시 만난다.

○미,"BDA 논의 장기적 공정 필요"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부차관보와 오광철 북한 조선무역은행 총재는 이날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3시간 동안 회동했다.

미국은 BDA은행이 북한이 만든 위조 달러 유통을 도왔다며 이 은행에 있는 북한의 무역 금융망을 봉쇄시켰다.

혐의의 근거와 향후 계획을 북측에 브리핑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북한은 BDA 계좌가 합법적인 무역 금융에 쓰였다는 주장을 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협상 대표로 무역 은행 총재를 선발한 데는 나름의 전략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에서다.

글레이저 차관보는 회동 후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선 장기적 공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측의 시각에 큰 간극이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미국이 기존에 '불법행위에 대한 법집행 문제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는 원칙론을 고집했다는 점에서 북한과 생산적인 논의를 해보겠다는 의지는 밝힌 셈이다.

회담 관계자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서도 "북한이 협상 장소로 미국 대사관을 수용했다는 점과 금융 전문가를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협상에 진지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6자회담…쟁점별 이견 좁히기

북핵 6자회담도 다오위타이에서 이틀째 열렸다.

전날까지 몸을 사렸던 북한은 BDA 협상 개시를 확인하자 미·러·중·한 4개국과의 양자회동에 차례로 응했다.

우리측 회담 관계자는 "초기이행 방안 등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각측이 실무적인 분위기에서 적극적으로 외교력을 집중했다"며 "정치적인 레토릭이 아닌 기술적이고 상세한 얘기가 오갔으며 기조발언의 이견이 조금씩 해소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남북 접촉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남북이 흉금을 터놓고 서로의 입장을 평가했고 우리는 북측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1시간가량 따로 만났다.

중국이 일단 21일 회담을 끝낸다는 잠정 목표를 정함에 따라 회담 참가국들은 20일 막바지 협의를 가질 계획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합의에 근접해서가 아니라 기대치를 낮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4~6개의 실무그룹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협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북한의 핵폐기 △북미·북일 관계정상화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동아시아 안전보장 체체 확립 등 주요 의제를 동시다발적으로 다루자는 아이디어다.

실무그룹 구성이 합의되면 다음 회담부터는 진행 방법이 수석대표 간 전체회의 중심에서 소그룹 동시 협상으로 바뀔 전망이다.

협상 관계자는 "이 방식에 대체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