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노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합의함에 따라 은행권에 비정규직 철폐 바람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신한 등 일부 은행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고 있고 다른 은행 노조들도 전환 확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마다 사정이 달라 전면 확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체 등 일반 기업들은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철폐가 '노조의 임금 양보를 전제로 총노동 비용을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노사 합의'라는 사실이 무시된 채 정규직 전환을 무작정 주장하는 쪽으로 노동운동이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농협은 비정규직의 운영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내년 1월 TF팀을 구성,3~4월에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법률 검토를 마치고 노조와의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임단협에서 올해 정규직 임금을 동결한 뒤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외환 노조는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안이 합의되면 2년 주기의 재계약 문제 등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로 내년 7월부터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은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 법의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앞당겨 비정규직 폐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노)은 개별 은행이 아닌 은행권 전체 차원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금노 산하 35개 금융회사의 비정규직은 4만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권혜영 금노 비정규지부 위원장은 "내년 상반기에 비정규직군의 특별 교섭과 함께 우리은행 사례와 같은 고용 안정 방안을 산별 노조 차원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별 직군 구조 등이 제각각이라 우리은행처럼 비정규직을 전면 폐지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정규직이 8000명에 달하는 국민은행의 경우 고용의 유연성 확보는 물론 경비 문제 때문에 단기간 내에 전원을 정규직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업체 등 산업계는 우리은행의 노사 합의가 엉뚱한 불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치열하게 국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조업체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 규제라는 온실 속에서 성장해온 은행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분위기다.

경총 관계자는 "산업계 비정규직의 요구는 우리은행과 같은 수준의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기존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라며 "은행과 제조업계의 비정규직이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데도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철폐를 빌미로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환율 하락으로 경영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마당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노동비용이 늘어날 경우 기업이 감당하기가 어렵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완·유병연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