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출범 이후 19년간 강성 파업으로 일관해 온 현대자동차 노조 내부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현장 조합원들이 노조 기념품 비리에 휘말린 노조 집행부를 중도 사퇴시키는 것에 앞장선 데 이어 이번에는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현장 노동조직이 강성 노조와 정면 승부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선 국내 최대 초강성 노동조직인 현대차 노조에서 과거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현대차 신노동연합회(이하 신노련)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 노조가 신노련 조합원을 징계하려는 것은 신노련의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 출마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며 "노조가 신노련의 피선거권까지 박탈한다면 내년 1월25일 치러지는 새 노조위원장 선거에 대한 연기 가처분 신청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신노련은 또 "노조의 신노련 징계 방침은 정치적인 파업만 일삼는 노조 집행부에 심한 염증을 느끼고 있는 조합원들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강성 노조에 빼앗긴 조합원들의 권익과 고용 안정을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를 통해 반드시 되찾겠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 초대 부위원장을 지낸 서중석씨(57·복지후생팀)가 대표를 맡고 있는 신노련은 현재 회원이 120명에 이른다.

하지만 올 들어 13차례나 계속된 노조의 초강경 파업에다 기념품 납품비리 파문으로 노조 집행부 간부가 구속되는 사태로 이어지자 신노련에는 1000여명의 현대차 조합원이 직간접으로 가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서 대표는 "노조의 이번 징계 방침은 민주노총과 현 집행부가 최근 조합원들의 지지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신노련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노조의 이번 징계 방침은 신노련측이 내년 초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직후에 나왔다.

신노련이 최근 조합원에게 배포한 유인물에서 노조 집행부의 납품비리 사건을 언급한 것도 노조측의 심기를 건드렸다.

현대차 노조는 신노련 회원의 징계 근거로 '조합의 분열을 꾀하거나 명예를 손상하는 등 반조직적 활동을 할 때'라는 노조 규정 7조(상벌조항)를 들고 있다.

노조는 신노련에 가입한 일반 조합원은 26일 열리는 확대운영위원회에서,대의원은 내년 1월3,4일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각각 징계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신노련은 위원장 선거에 대한 무효화 소송은 물론 신노련의 정당성을 알리는 홍보활동 전개와 노조 사무실 앞에서의 무기한 천막 농성도 계획하고 있어 노조 집행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전문가들은 초강성 노동세력이 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해 온 현대차 노조 내부에 제3의 세력인 신노련의 등장은 어떤 형식으로든 거센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합원 평균 연령이 40세를 넘어 고령화 추세에 있는 데다 기념품 비리 파문으로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대중공업 노조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과거 초강성 노조의 대명사로 알려졌던 현대중공업 노조는 2002년 당시 노조 집행부가 기념품 비리로 중도 사퇴한 이후부터 강성 투쟁을 배척하고 조합원의 복리후생을 우선시하는 상생의 노사관계가 싹텄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