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이 고향인 소수성씨(36)는 지난 주말 어머니 칠순 잔치를 앞두고 낭패를 겪었다.

고향에 계신 친척에게 잔치에 쓸 흑산도 홍어를 부탁해 놨는데 물건을 구하지 못했다는 전갈을 받은 것.

'흑산도 물건(홍어) 아니면 잔치는 무효'라는 집안 어른들의 성화에 고향 후배까지 동원했지만 허사였다.

포기하는 심정으로 찾아간 백화점에서 단 이틀 만에 흑산도 홍어를 구해 무사히 잔치를 치렀다.

현대백화점이 이달부터 시작한 '희귀생선 수배 서비스' 덕택이었다.

매장에 없는 희귀한 물건을 원하는 고객에게 주문받아 원하는 날짜에 배달해 주는 '고객 주문형 서비스'가 백화점 업계의 새로운 감동 마케팅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화점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 최대한 해결해 주는 고객 밀착형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은 이달 초부터 산지에서도 구하기 힘든 대물 생선과 희귀 생선류 등을 수소문해 찾아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흑산도 홍어,제주 다금바리,영덕 대게,큰 민어·문어·조기 등을 사전 주문받아 최단 시일 내에 수배해 주는 시스템이다.

직접 사서 배달해 주거나 최소한 살 수 있는 곳을 알려 준다.

별도 안내판이 설치된 백화점 수산물 코너에서 고객들이 해당 상품을 직접 주문하면 된다.

상품본부 바이어가 각 점포별로 주문 내용을 확인해 당일 저녁부터 전국 30여개 수산물 경매장을 수소문해서 하루나 이틀새 상품을 찾아 매장으로 가져오는 시스템이다.

주요 희귀 수산물 가격은 1㎏ 기준으로 흑산도 홍어 7만5000원,다금바리 15만원,영덕 대게 11만3000원,곰치 3만2000원 등이다.

가격은 주간 단위로 바뀐다.

최보규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차장은 "고객 만족을 위해 수요가 많지 않더라도 백화점 매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특화된 서비스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올 봄부터 시작한 '24시간 맞춤 셔츠' 서비스도 인기다.

이제까지는 맞춤 셔츠의 경우 주문에서 배달까지 보통 3~4일 걸려 왔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벨 그라비아 맞춤셔츠 매장에서는 '24시간 맞춤 셔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급한 출장이나 모임에 가는 데 입고 갈 셔츠를 주문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기본적인 스타일에 한해 주문 후 24시간 안에 셔츠를 제작해 준다"고 설명했다.

제작 시간을 줄이기 위해 원단을 미리 배치해 두고 배송도 퀵 서비스로 진행한다.

가격은 12만~19만원 선.하루 평균 1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고객의 입맛대로' 양념해 주는 생선 손질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매장을 찾은 고객이 생선을 고르는 것은 물론 손질법,소스,채소 등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올초부터 전국 지점을 묶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조달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컨시어즈 네트워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연간 구매액이 3000만원을 넘는 VVIP 고객만을 대상으로 해 온 컨시어즈 서비스를 전 점포,전 고객으로 확대한 것.광주신세계 이용 고객이 특이한 차(茶)나 진귀한 보석 등을 주문하면 신세계 전 점포를 포함,인터넷까지 뒤져 상품을 찾아 주거나 살 수 있는 곳을 알려 주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에선 아침에 출근하면서 당일 저녁 제사나 생일 등 집안 행사에 필요한 음식을 주문하면 퇴근길에 찾을 수 있는 '주문식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파티음식 일체를 주문하면 집까지 직접 배달해 주는 케이터링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