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 (2) 박근혜 前 한나라당 대표 .. "공정위를 '경쟁촉진委'로 전환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문이 사실이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말이 눈에 띄게 길어졌고 대화에 대한 적극성,마주앉은 사람에 대한 점착성이 강해졌다.
수첩에 적어둔 요점만을,단답형으로 답변하던 과거와는 딴판이었다.
'수첩공주','100단어'(사용하는 어휘가 제한돼 있다는 의미)라는 별명은 이제 과거형으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19일 여의도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박 전 대표는 경제,부동산,교육,정치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1시간여에 걸쳐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아버지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고,나는 정치인 박근혜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비해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동안 특별히 대선행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국민 속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선주자들 중 유일하게 창당(한국미래연합) 경험이 있고,야당 대표로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담판을 짓기도 한 '철의 여인' 박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경제>
-현재 우리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국가리더십의 문제가 가장 크다.
집권초기부터 국정 우선순위를 경제에 두지않고 정치에만 올인하고,과거사 파헤치느라고 국민불안만 가져왔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기업이 신바람나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중 가장 실패한 것은.
"성장엔진이 꺼진 것이다.
우리경제는 지난 3년간 연3.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세계평균보다 못한 성장을 3년 연속한 것은 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이것은 단순한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잠재력을 키울 복안이 있나.
"교육과 과학기술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추진해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이공계 대학과 과학기술연구소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대대적인 투자를 서둘러야 하고,'차세대 과학기술인 10만명 양성프로젝트'를 실시해야 한다.
또 중소기업에 기술,인력,자금을 지원하고 규제를 풀어주는 획기적인 '산업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보나.
"출총제는 조건없이 폐지하는 게 옳다.
재벌문제는 출총제 같은 대증요법으로 해결하려 할 게 아니다.
대기업에게 기업활동의 자유는 대폭 허용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대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쟁촉진위원회'로 전환해서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바로잡는 기구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
<부동산>
-참여정부는 부동산 대책 차원에서 보유세와 양도세제를 대폭 강화했다.
국민들의 세부담이 너무 급격히 증가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를 무시한채 세금과 규제만으로는 결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수요가 있는 곳에 필요한 공급을 해주는 것이 주택정책의 기본방향이 돼야 한다.
종부세는 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해서 내년부터 과세대상이나 증가속도에 조정할 부분이 있다면 조정해야 한다.
양도세는 1가구다주택의 경우 중과해야 하지만 투기목적과는 상관없이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선의의 1가구1주택자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행정·혁신·기업도시 건설 등 참여정부의 국토균형발전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행정도시나 혁신도시는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다.
정부가 내년에 획기적인 2차 지역균형발전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는데,임기 말에 또다시 대형국책사업을 만드는 데는 반대한다."
-수도권 규제에 대한 의견은.
"수도권 규제는 상생의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는 풀어나가되,그 전제조건으로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의 중소기업을 살리고,지방의 교육과 과학기술을 살려서 지방이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한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
-정부가 신도시 등 공공택지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공급을 늘리는 것은 찬성한다.
다만 신도시를 건설할 때 집만 지어서 될 일이 아니라 교육,복지,문화 등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교육·정치>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에 대한 의견은.
"대학입시는 완전 자율화해야 한다.
자율화해도 옛날식 본고사가 부활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교등급제는 반대한다.
전년의 대학진학률로 학교를 서열화하는 것은 연좌제이기 때문이다.
기여입학제는 시기상조이지만 국민적 합의가 있고 저소득층 장학금에 사용할 수 있다면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
-자립형 사립고,외국어고,공영형 혁신학교 등 다양한 엘리트 교육모델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 우리교육은 획일화된 평준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로 가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나 특성화고교 등 다양한 학교를 운영해서 학생들이 저마다의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현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은 북한의 개혁개방이나 긴장완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포용정책 자체가 아니라 무원칙한 포용정책이 문제다.
이제 그 실패를 인정하고 원칙있는 상호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철저히 공조해서 제재와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
-지지율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보다 뒤쳐지고 있다.
만회전략은 무엇인가.
"이제까지 경선 조기과열은 나라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대선행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좀 더 본격적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누구의 딸로서 정치를 시작한 게 아니다.
아버지가 잘 하신 것은 자식으로서 깊이 배웠고,잘못하신 것은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고,나는 정치인 박근혜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열차페리>
-열차페리 구상은 인천시 등에서 이미 추진계획을 밝힌바 있어 독자적 대선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
"인천시와 경기도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추진해온 것으로 안다.
이것을 자치단체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언제 실행에 옮길 계획인가.
"한국이나 중국 모두 기존시설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초기투자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약간의 철도시설을 보완하기만 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열차페리 항구는 어디로 생각하나.
"인천과 옌타이에서 시범운행한 후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
한국의 경우 평택,군산,목포,광양 등을, 중국은 다롄,텐진,렌윈강 등을 대상으로 보고 있다."
정리=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말이 눈에 띄게 길어졌고 대화에 대한 적극성,마주앉은 사람에 대한 점착성이 강해졌다.
수첩에 적어둔 요점만을,단답형으로 답변하던 과거와는 딴판이었다.
'수첩공주','100단어'(사용하는 어휘가 제한돼 있다는 의미)라는 별명은 이제 과거형으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19일 여의도 개인 사무실에서 만난 박 전 대표는 경제,부동산,교육,정치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1시간여에 걸쳐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아버지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고,나는 정치인 박근혜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비해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동안 특별히 대선행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국민 속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선주자들 중 유일하게 창당(한국미래연합) 경험이 있고,야당 대표로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담판을 짓기도 한 '철의 여인' 박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경제>
-현재 우리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국가리더십의 문제가 가장 크다.
집권초기부터 국정 우선순위를 경제에 두지않고 정치에만 올인하고,과거사 파헤치느라고 국민불안만 가져왔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기업이 신바람나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중 가장 실패한 것은.
"성장엔진이 꺼진 것이다.
우리경제는 지난 3년간 연3.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세계평균보다 못한 성장을 3년 연속한 것은 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이것은 단순한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잠재력을 키울 복안이 있나.
"교육과 과학기술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추진해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이공계 대학과 과학기술연구소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대대적인 투자를 서둘러야 하고,'차세대 과학기술인 10만명 양성프로젝트'를 실시해야 한다.
또 중소기업에 기술,인력,자금을 지원하고 규제를 풀어주는 획기적인 '산업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보나.
"출총제는 조건없이 폐지하는 게 옳다.
재벌문제는 출총제 같은 대증요법으로 해결하려 할 게 아니다.
대기업에게 기업활동의 자유는 대폭 허용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대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공정거래위원회를 '경쟁촉진위원회'로 전환해서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바로잡는 기구로 자리매김시켜야 한다."
<부동산>
-참여정부는 부동산 대책 차원에서 보유세와 양도세제를 대폭 강화했다.
국민들의 세부담이 너무 급격히 증가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를 무시한채 세금과 규제만으로는 결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수요가 있는 곳에 필요한 공급을 해주는 것이 주택정책의 기본방향이 돼야 한다.
종부세는 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을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해서 내년부터 과세대상이나 증가속도에 조정할 부분이 있다면 조정해야 한다.
양도세는 1가구다주택의 경우 중과해야 하지만 투기목적과는 상관없이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선의의 1가구1주택자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행정·혁신·기업도시 건설 등 참여정부의 국토균형발전 대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행정도시나 혁신도시는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다.
정부가 내년에 획기적인 2차 지역균형발전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는데,임기 말에 또다시 대형국책사업을 만드는 데는 반대한다."
-수도권 규제에 대한 의견은.
"수도권 규제는 상생의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는 풀어나가되,그 전제조건으로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의 중소기업을 살리고,지방의 교육과 과학기술을 살려서 지방이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한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
-정부가 신도시 등 공공택지 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공급을 늘리는 것은 찬성한다.
다만 신도시를 건설할 때 집만 지어서 될 일이 아니라 교육,복지,문화 등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교육·정치>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에 대한 의견은.
"대학입시는 완전 자율화해야 한다.
자율화해도 옛날식 본고사가 부활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교등급제는 반대한다.
전년의 대학진학률로 학교를 서열화하는 것은 연좌제이기 때문이다.
기여입학제는 시기상조이지만 국민적 합의가 있고 저소득층 장학금에 사용할 수 있다면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
-자립형 사립고,외국어고,공영형 혁신학교 등 다양한 엘리트 교육모델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 우리교육은 획일화된 평준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로 가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나 특성화고교 등 다양한 학교를 운영해서 학생들이 저마다의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현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은 북한의 개혁개방이나 긴장완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포용정책 자체가 아니라 무원칙한 포용정책이 문제다.
이제 그 실패를 인정하고 원칙있는 상호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철저히 공조해서 제재와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
-지지율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보다 뒤쳐지고 있다.
만회전략은 무엇인가.
"이제까지 경선 조기과열은 나라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대선행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좀 더 본격적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누구의 딸로서 정치를 시작한 게 아니다.
아버지가 잘 하신 것은 자식으로서 깊이 배웠고,잘못하신 것은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고,나는 정치인 박근혜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열차페리>
-열차페리 구상은 인천시 등에서 이미 추진계획을 밝힌바 있어 독자적 대선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
"인천시와 경기도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추진해온 것으로 안다.
이것을 자치단체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언제 실행에 옮길 계획인가.
"한국이나 중국 모두 기존시설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초기투자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약간의 철도시설을 보완하기만 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열차페리 항구는 어디로 생각하나.
"인천과 옌타이에서 시범운행한 후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
한국의 경우 평택,군산,목포,광양 등을, 중국은 다롄,텐진,렌윈강 등을 대상으로 보고 있다."
정리=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