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연세대 강의전담(비전임) 교수인 A씨는 학교측과 1년짜리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통상은 2년 단위로 세 번(최대 6년)까지 계약하는 '2+2+2'가 관행이지만 대학측은 비정규직 법안 통과에 대비,1년계약을 요구했다.

'2년 이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전국 대학가와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술렁이고 있다.

전국 국·공립 대학과 각 연구기관들에 '신(新)비정규직'으로 불리는 비전임 교원들과 계약직 연구원 등 '석·박사급 고급 인력' 상당수가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대의 경우 전체 3400여명(서울·원주캠퍼스 및 의료원 포함)의 교원 중 학기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시간강사만 1000여명,비전임 교원은 678명에 달한다.

절반가량이 비정규직 법안 적용 대상이다.

이 같은 비율을 전국 대학과 연구기관에 적용하면 석·박사급 비정규직은 최소 4만명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에 3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과 기관부터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때문에 수백 명의 교원을 채용하는 종합대학과 대규모 국책 연구기관 등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교양과목을 맡기거나 교원비율을 높이기 위해 시간강사와 비전임 교원 채용을 늘려온 대학과 비정규직 석.박사급 연구원들을 각종 프로젝트에 적극 활용해온 연구기관의 상당수는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 대량 실직 상태를 맞거나 2년 단위로 이곳 저곳을 옮겨 다녀야 하는 사태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려대 김균 교무처장은 "아직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 뚜렷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상당수 대학들이 현재 비전임 교원 채용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